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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Nov 23. 2021

겨울을 알리는 징조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설렘





한 여름에 먹는 옥수수 맛과 한 겨울의 붕어빵은 그 계절을 대표하는 간식거리의 맛이다. 우리 동네에는 이 두 가지 맛을 최상으로 가져오는 하얀 트럭 아저씨가 있다. 여름에는 하얀 트럭에서 옥수수를 푹푹 찌고 계시고 겨울에는 그 하얀 트럭에서 앙금 가득하게 잉어빵을 굽고 계신다. 아침 8시부터 다 팔리는 오전 11시 전후까지 계시니깐 늦잠 자는 날에는 사러 갈 수가 없는 인기 많은 아저씨다. 


그 아저씨께서 11월이 되면서부터는 잉어빵으로 바꾸셨다. 올 해는 날이 따뜻하여 조금 늦게까지 옥수수를 파시다가 11월에 잉어빵을 오픈하셨다. 잉어빵은 붕어빵보다 조금 더 기름지며 겉이 바삭해서 나는 붕어빵보다 잉어빵을 더 좋아하는데 하얀 트럭 아저씨는 보통의 잉어빵보다도 더 바삭하고 맛있으며 속의 앙금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꽉 들어 있어 내가 좋아하는 점을 모두 갖추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직도 한 낮 기온이 따뜻한 15도의 기온으로 잉어빵이 어울리지 않는 날이지만 그래도 찬 바람 부는 날 호호 불며 먹는 그 맛을 상상하며 한 봉지 사 오니 곧 머리 깨 질듯 한 바람이 불 겨울이 올 것만 같아 설레기 시작한다. 나는 코가 빨갛게 되는 겨울이 참 좋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알리는 징조가 몇 가지 있다. 보통 사람들은 기온에 따른 옷차림에서 겨울을 느끼지만 그런 겨울은 너무 식상한 징조이다. 


 우선 해가 진 오후에 빛나는 노란 전구가 따뜻하고 예뻐 보이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부러 베란다의 조명을 노란 전구로 해두었다. 그 전구가 어울리는 시간은 겨울의 늦은 오후이다. 또 카페들의 조명이 반짝거리며 따뜻해 보이면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고 그에 걸맞게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 트리의 조명들로 길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겨울이 오는 것이다. 


그리고 호떡과 붕어빵과 호빵이 길에 보이며 군고구마 냄새가 나면 칼바람 부는 겨울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은 귤로 겨울을 판단한다고 하지만 나는 귤보다는 달달한 호떡이나 잉어빵이 더 좋아 그걸로 설레는 겨울을 기대한다.  우리 동네에 맛있어서 줄 서는 호떡 가판대가 있는데 그곳은 여름에 굳건히 가판대의 문이 닫혀있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이 열리는 집이 있다. 50대로 보이는 두 부부가 하시는데 기름을 프라이팬에 한가득 붓고 호떡을 굽는데 실제로 먹으면  호떡은 바삭하고 기름기 별로 없어 신기한 호떡이다. 



또 설레는 징조는 눈이다. 이건 만인이 기다리고 좋아할 것 같다. 첫 함박눈이 내리기 전까지 몇 번의 눈속임 첫눈들이 내린다. 한 5분간 흩날리다 마는 눈송이들을 보면서 이것을 첫눈이라고 명명해야 할지 의심스러운 그런 눈들이 댓 번 내리고 나면 속 시원하게 첫눈이라고 말할 눈이 내린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첫사랑도 없고 영화 러브레터를 본 적도 없지만 나는 그런 흩날리는 눈 속에서 조차 설렘과 기쁨과 첫사랑을 느껴본다. 


이런 설레는 징조들이 보이면서 점점 나는 큰 목도리를 칭칭 감고 거북이 목처럼 쏙 집어넣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걷는 그런 겨울을 기대하며 지내고 있다. 


찬 바람 부는 날 한강에 가서 머리가 깨질 듯이 부는 바람을 맞으며 통쾌해지고 싶어 진다. 

발 꽁꽁 얼도록 겨울 바다를 산책하고 싶어 진다. 

텐트 안에서 노란 조명과 난로의 온기로 둘러앉아 코코아 한잔 하고 싶어 진다.

루프탑 수영장에서 무스 카또를 마시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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