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맘속엔 내가 없지만... 나만 있어. 내마음속엔.
원래 목적 없는 청춘은 시답지 않은 거에 그 아까운 청춘을 냅다 바치거든요.
딱히 목적이 없었던 저도 마찬가지였죠.
불금이 다가오는 금요일 저녁 어스름이 슬금슬금 다가오다 마침내 노을이 큐 사인을 주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들짐승처럼 우리는 그렇게 나이트에 갔어요. 우리 때도 부킹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무작정 부킹은 아니었고 간혹 자기 일에 진심인 웨이터가 근무하는 날에는 그간의 서비스 안주로 맺은 의리로 마지못해 손목을 잡혀 못 이기는 척 한 두 번 끌려가 주곤 했죠.
그 보다 우리는 춤을 추러 갔어요. 몸에 있는 열을 식히기 위해, 근질거리는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기쁨(?)을 아는 몸이 되기엔 아직은 어린 나이었는지라 신열의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고 그 꿈틀거림도 이해가 안 가지만, 일단을 그것들을 꺼내놔야 했어요. 춤만 한 게 없었죠. 음악만 한 게 없었구요.
강남의 나이트 골목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게워놓은 토사물이 거리마다 낭자했었고, 시큼한 그 냄새만큼이나 참기 힘든 젊다는 피가 솟구치고 있었어요. 지하로 연결되는 런웨이를 따라 나이트에 들어서면 뿌연 조명은 현란하게 싸이키를 돌고 맛도 모르면서 피우는 걷담배향이 알싸하게 풍겨대며 뭔지 모를 벅참이 심장을 벌렁였죠.
심쿵 심쿵한 전주의 람바다가 끈적이며 스피커를 뚫고 나오면 몸속에 긴장이 다 녹아 나오고, 건전한 척 찰싹찰싹 모르는 이의 등짝을 때려가며 마까레나의 군무를 연속해서 두 판 정도 돌고 나면... ...
"저.. 혼자 오셨어요?"
" 네..."
" 저도 혼자 왔는데... 등 좀 밀어주실래요?"
" 아... 네..."
멋쩍은 척 정성스레 물을 끼얹고 비누칠을 한판 하고, 등의 기름기를 대충 훔친 뒤, 일단 애벌 때를 미는 밑밥을 깔고, 다시 한번 물 온도를 적당히 하여 촤악 끼얹어, 등에 묻은 때를 씻어 내고는, 본격적으로 등껍질이 벗겨져라 뽀닥 뽀닥 빨갛게 밀어주고는... give and take... 내 등을 수줍게 내밀며 그녀가 제발 꼼꼼한 성격이기를 기도 했었죠.
이게 가능한 세대에 모르는 사람끼리 얼싸안고 마까레나 한판? 일도 아니죠.
... ... 모두들 가락에 맞춰 토끼춤을 깡충깡충 가끔은 철 지난 말 때들이 나타나 말춤을 한판... 복고와 최신이 한자리에서 마구마구 섞여대며 몸을 부비던 그런 난장의 자리. 서로들 이쁜 척에 여념이 없는 공주병자들과 자뻑의 춤꾼이 혼자만의 나르시즘에 거울에 찰싹 붙어 팬터마임을 시작하면... 이 분위기를 끊어 갑니다. 디제이 재량 하에 웸의 케어리스위스퍼 정도 깔아주시며 부르스타임이 왔어요. 그 후 10초 정전의 키스타임. 여기저기서 솔로들의 야유와 또 솔로들의 셀프 쪽쪽이 소리로 킥킥거리며 싱겁게 한 타임이 돌고 나면... 그 주 가요 톱 텐의 1위 곡이 휴식을 알리고 그제서야 자리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친구들의 댄스 품평회... 옆자리 남자애들의 비주얼 품평회...
어느덧 야광시계를 보면 엄마한테 걸리면 등짝 스메싱에 머리끄댕이와 폭풍 잔소리 쓰리콤보를 부를 수 있는 경계성 장애의 시간이 되어 주섬주섬 옷을 챙기고 가방을 챙겨 나오려고 하면 꼭 이 노래가 나왔어요. 듀스의,
'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 ' 아... 몰랑... 한 타임만 더!'
친엄마한테 맞아 죽는 첫 번째 딸로 뉴스에 나기 전에 이번엔 정말 가야겠다 싶어 신데렐라 심정으로 주섬주섬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 '예이... 옵하들 거기서 딱 기다려!'
이 짓을 세차례 밖에 안했는데 이미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 내손을 떠나 버렸고, 집에 가는 마지막 버스도 끊겨 버렸고... 새벽차까지는 시간이 남고... 졸며 놀며 비몽사몽 24시간 간장게장 집에 가서 성게 미역국에 소주로 해장을 하고 가쁜하게 게다리를 쪽쪽빨아가며 게딱지에 비벼 밥한공기를 뚝딱 한다음, 세븐일레븐에 들러 그때는 없었던 여명808 대용의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
서슬 퍼런 엄마 앞에 석고대죄를 하고는 광년이 취급을 당하며 춘향이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마스카라가 번지도록 눈물로 사죄를 하고 화장도 못 지우고 주말 점심을 맞았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