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우리...
우리 학교 다닐 때는 개구쟁이 스머프가 날리던 때라 웬만큼 투덜 댄다 싶은 애들은 별명이 죄다 <투덜이 스머프>였죠. 공부 좀 하는 애들은 웬만하면 <똘똘이 스머프>, 아직은 병명이 밣혀지지 않았던 시대의 공주병자들은 늘 머리빗을 가지고 다니며 거울을 봐 쌌던 < 스머패트>
제 별명은 <복도의 제비>였어요. 그닥 캐릭터가 꼬맹이 스머프들과는 거리가 있어서... 1반부터 7반까지 쉬는 시간 10분안에 멋내느라 체육복을 접어 입고 복도를 가르며 날아 댕긴다고. 1반에가서 친구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가 3반의 친구들과 모여 매점에서 짜장범벅을 한개 때리고 4반 친구네 들러서 도시락 좀 뺏어 먹고 7반인 우리반에 착석. 딱 10분. 쉬는시간에 너무 싸돌아 댕겨서 피곤해서 공부시간엔 취침모드... 이후 선생님들의 분필 받이.
제가 하도 등하굣길에 지 어깨를 짓누르고 다녀서 지가 못 컸다고 늘 투덜거리는 친구.
내 친구 <투덜이 스머프>
그 애보다 키가 컸던 저는 어깨동무하는 대신 제가 한쪽 팔을 걔 어깨에 올리고 다니긴 했어요 ㅎㅎ 그치만 설마 그것 때문에 키가 안 컸을 리가! 걔랑 다니면서 등굣길에 바바리맨을 만나서 둘 다 학교 가다 말고 혼비백산한 적도 있고. 늘 같은 시간에 두꺼운 법전을 끼고 그 길을 지나가는 대학생 오빠를 <우리의 호프>라고 별명 지어 만일 그 오빠가 후에 법관이 된다면 나의 이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이라고... 때론 콩나물은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크는 거라고. 서로 우기며. 그 오빠가 행여 하루라도 안 보이는 날엔 둘이 걱정도 하고, 오빠 하숙집을 알아 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히트는 그 오빠는 우리를 모른다는 거!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끝나면 우리 '쓰리쎄븐'- 7명이 몰려다녀서 뭐라고 명칭은 지어야겠는데 칠공주는 너무 날 티나고 칠성파는 너무 무섭고 그 당시 우리가 들고 다녔던 가방 브랜드로 결정. 어쨌든 영어니깐 뽀다구 나니깐 -은 엄마가 커리어우먼이신 투덜이 스머프네 집에 가서 항상 빨간 비디오를 봤죠 ㅎㅎ 땡뼡 애마부인 원, 투, 쓰리, 무릎과 무릎 사이... 나 왜 이렇게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은 거야? 다 기억나 다 기억나...
내가 알기론 한 살 위 오빠하고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닌걸로 아는데 어느 날 신촌에서 만났는데 뜬금없이 오빠를 준다고 바지를 고르는 거예요 얘가? 갑자기 형제애가 솓나 이것이 미쳤나? 싶었는데 웬걸... 그 오빠가 그 오빠가 아니더라는 ㅎㅎ 그렇게 연애를 하더니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시집을 가서 애를 셋이나...
첫째 낳고 친정에 몸 풀러 온 애를 맞는 옷이 없어서 촌스러워서 친정에 박아 뒀던 신행 때 입었던 철지난 하얀색 정장을 억지로 끼어 입혀서 출산 후 막 잔머리가 수북이 나고 있는 애를, 머리를 눈이 찢어져라 올려 묶어서, 가부끼 화장시켜서 밤 10시에 걔네 집에서 모여서 택시 타고 나이트 놀러 갔던 기억이... 트이신 커리어우먼 엄마는 애 낳고 집에만 있으면 병난다고 애는 걱정 말고 어서 놀다 오라고 등을 떠미셨던... 아우! 엄마 보고 싶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거든요.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지금도 투덜거려요. 나쁜 것들이라고 지네들만 다 이쁘게 화장하고 지만 중국 여자처럼 화장시켜서 거길 데려갔다며...
유명한 캠퍼스 커플 중 <고목나무와 매미>라는 애들이 있었어요. 유난히 큰 키의 남자와 유난히 작은 여자애가 붙어 다녀서 눈에 뜨일 수밖에... 남자는 거구에 키가 185cm는 넘는, 여자애는 154cm 정도 말라깽이. 우린 쟤네 키스 어떻게 하냐를 우리일 처럼 걱정했지만 우리들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그 둘은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며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키스는 문제가 없는 걸로. 그러다 <고목>이가 군대를 가게 되어 한참을 매미가 울고 다니는 것 같길래 <울고 다니는 매미>로 부르다가 어쩐 일인지 <고목> 이를 군대 보내고 이뻐져서 <수상한 매미>로 부르다가 다른 꼬맹이를 붙이고 다니길래 <배반의 매미>로, 고목이가 제대하니 다시 고목이 품에 매달려 돌아댕기길래 <돌아온 매미>까지... 남의 연애사를 꿰뚫느라 정작 지들의 연애는 소홀히 하던 그 시절...
어쩌다 제 친구가 다른 학교 남자애와 영어학원에서 눈이 맞아 연애를 하는데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 따라 갔더니 그곳에 고목과 매미가 뙇... 너희들 별명이 <고목나무에 매미>라고 했더니 너네들 별명은 <가가멜과 아지라엘>이라고 우리들의 정체성을 알려주던. 제 친구가 코가 유난히 오똑 했든요. 그녀와 저는 늘 단짝으로 4년 내내 붙어 다니며 서로를 <장양> <홍양>으로 불러댔는데. 우리를 쎝뜨로 사람들은 <가가멜과 아지라엘>이라고 불렀다는 걸 나중에 그들을 통해 들었죠. 그 이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성질을 피울 땐 " 아우 그만좀 가가멜거리시지?" " 너나 아지라엘 거리지 좀 말래?" 라며 서로에게 품위 없는 욕 대신 충분히 욕스러운 대체품을 날려 대며 그러고 다녔죠 ...그러고 보니 제 별명은 늘 고양이였어요. 집에선 따뜻한 곳만 얌체처럼 골라 다닌다고 그러다 가끔 앙큼한 짓은 혼자 다 한다고 <부뚜막 고양이> 나중엔 제 엉뚱한 성격 덕분에 <낭만 고양이> 줄여서 <낭만 굉이> 이후엔 <낭만 광(狂)이>... 유난히 위로 올라붙은 눈 덕분에 팔자에 없는 고양이상이 된 거죠. 고양이 상이긴 해 내가 심술 맞은.
착한키에 착한 이목구비로 넋을 놓고 바라보게 했던, 늘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기쎄보이는 여자애를 달고 다녀서 우리가 발걸 기회를 원천 봉쇄했던 빨강머리의 애인 <빨강머리 앤>, 지네들 이쁜 건 어떻게 알아가지구... 팬티스타킹의 밴드가 보이도록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던, 줄창 미니만 입어대던 탓에 가끔은 스타킹에 빵구가 나 있는 것도 모르고 다니던 미니스커트 덕후들 <빵꾸와 밴드>들
나는 여전히 아지라엘거리며 동네를 가르며 잘 살고 있는데 너희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들 있는지 궁긍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