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그러고 놀았다.

영화<유콜 잇러브>와<나인 하프위크>

by 조용해

짝사랑과 첫사랑의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우리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길 없어 급기야는 여자 둘이서 영화를 봤다. 그때 고른 영화가 단성사에서 개봉했던 <유 콜잇 러브> 사랑하는 연인들의 눈꼴신 러브스토리였다. 극장 앞 좌판에서 사 가지고 들어간 1m짜리 문어발을 질겅이며 영화보단 문어발에 몰입하며 그 둘의 연애 행각을 건성으로 보고 있었다. 남녀 주인공 둘이서 우연을 가장해 운명적으로 만나가며 하얀 설원에서 스키를 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 그러다 여주인공 소피 마르소가 남자 주인공을 결정적으로 뿅 가게 만들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녀가 리프트 안에서 고글을 벗는 장면이었다. 그 이쁜 얼굴을 고글과 스키복으로 꽁꽁 싸맸다가 화악 벗으면서 슬로비디오로 길게 풀어헤치는 머리와 그녀의 얼굴이 길게 클로우즈업 되던... 그 장면은 여자인 우리가 봐도 실로 충격적이게 예뻐서 문어발을 질경이다 그것을 뚝 끊어먹을 만큼 놀라울 정도였다.


저거였어... 그때부터였나? 겨울만 되면 안 가겠다는 애들을 스키장으로 굳이 끌고 가 내 고글 쓴 모습을 풀어헤쳐가며 그 장면을 몇 번이고 재현했던 것은... 아무리 그래 봤자. 내가 소피 마루소가 아닌 것을... 그게 이유였을까? 유난히 겨울에 내 연애는 자주 깨졌다. 앙큼했던 나의 친구 역시... 자주 스키장엘 갔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자주 깨졌던 연애 탓에 영화에서라도 남친을 찾아야 했다. 그가 바로 <나인 하프 위크>에서의 미키 루크였다. 비록 그가 지금은 성괴가 되어 아쉽게도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젋었을 때 리즈시절의 미키 루크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완벽했다. 샤프하면서도 독보적이게 시크했다. 영화에서 그의 집은 나중에 꼭 돈 많이 벌어서 장만하고 말겠다고 결심을 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드레스룸을 가지고 있었다. 촥촥촥촥 걸려 있던 같은 색깔의 셔츠들과 니트들... 오버핏의 바바리를 멋지게 입고 킴베싱어 뒤에서 300달러 짜리 스카프를 둘러주며 백허그를 하던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지던지... 세상의 간지란 간지는 모두 그가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들의 이런 속내를 파악한 영화 관계자들은 <할리와 말보로 맨>의 첫 장면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극적으로 그를 첫 등장시킴으로써 예술성 재미 따위는 신경 쓸 여지없이 오로지 <그>만을 보기 위해 극장에 모여있던 내 또래 여성 관객들의... 어우... 야... 를 내지르게 했다. 지금은 그런 문화가 사라졌지만 그 시절 우리는 영화에 몰입하면 가끔 그렇게 떼창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교감했다. 영화 속에 그에게 나의 이쁜 모습을 보여주고 말겠다며 친구와 나는 한껏 꾸미고 영화관에 갔었다. 물론, 그는 알리가 없지만...


어리지도 않았다. 스물이면...








사족. 사진 출처 https://www.indiepost.co.kr/post/7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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