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김호연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연적>이라는 말랑말랑한 구미가 당기는 제목을 보고 그러나 내용은 뻔할 것 같은 책을 집어 들고는 오랜만에 설레며 읽어 내려갔다.
근육 돼지, 미련이 많은 나는 미련을 떨었다.
등의 재기발랄한 표현이 끊임없이 나오는 그의 글은 읽는 내내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했으며 거기에 더해진 흥미로운 소재는 잘 비벼진 비빔밥처럼 꿀떡꿀떡 읽혔다.
아직 첫 작품인 그의 <망원동 브라더스>도 최근작인 <불편한 편의점>도 읽지 않았지만 맘속으로 예약을 버튼을 누른다. 좋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상상하건대 또한번 뻔하지 않을 것이다. 막연히 그런 믿음이 가네...
여행, 영화, 글쓰기를 모두 담은 작품이라는데 내겐 왜 해장국의 맛집로드가 읽히는 걸까? 여행지 대신 해장국의 종류와 식당을 유추할 수 있는 문장들을 눈여겨보며 이미 그곳에서 그것을 먹으며 흡족해하고 있는 나는 이 해장국엔 어떤류의 주종이 어울릴까를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글 쓰는 사람들의 서사도 좋았다. 그렇지 가끔 유린당하지. 아직 유명 작가가 아닌 이들의 글은.
좋아하는 여류작가-페미니스트들한테 걸리면 혼날라나? 그런데 나는 이 여류작가라는 표현을 사랑한단 말이다. 더 작가스러워서... -들 특유의 감정을 끝까지 몰고 가서 끝장내기 한판을 하지 않아서 피로감도 덜하고 딱 고만큼의 여백이 남아서 여유로운 게 좋다. 딱 좋다.
젊은 작가의 트렌디함을 티 안 나게 절제한 것도,
남자 작가들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느라 건조한 표현으로 일괄하지 않는 의외성도 좋다. 왠지 프림 한 숟갈 반에 설탕 깎아서 한 스푼 정도로 잘 배합된 믹스커피의 달달함이라고나 할까 고만큼의 고소함이라고나 할까... <연적>엔 그것이 있다. 마지막 장의 작가의 말을 나는 늘 즐겨 읽으며 작가가 어떤 사람일까를 상상하는데 작가의 말마저도 흡족하다. 군더더기 없다는 군더더기 없는 표현 말고 깔끔하나마 어떤 군더더기가 있는데 만족스러운, 그 약간의 군더더기가 나는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