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예쁜 엄마 콘테스트

누구나 한 때 빠지는 착각

by 조용해

드르르륵... 교실문이 열리고 어떤 아줌마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누군가와 눈을 맞췄다. 선생님은 수업을 하다 말고 아줌마를 따라 잠깐 자리를 비우셨다. 잠시 후 돌아오신 선생님 손에는 민정이 도시락이 걸려 있었다. 민정이가 도시락을 안 가져가서 민정이 엄마께서 도시락을 전해주기 위해 오신 거였다. 민정이는 며칠 전 새로 전학 온 친구였다.


자연 시간이었다. 이후 자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글쎄... 민정이네 엄마가 우리 엄마보다 예뻤던 것이다!!! 머리가 띵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예뻐야만 했다. 그동안은 별일 없이 그래 왔다.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나는 우리 엄마가 아닌 민정이 엄마가 더 예쁘다고 느끼고 있는 거였다. 이럴 수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TV에 나오는 엄마보다 이쁜 여자들을 수없이 많이 보아오던 터였다. 그러나 이것은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민정이네는 우리 집 맞은편에 새로 이사 왔다. 얼마 전 민정이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고 알고 보니 학교 앞 분식점이 주인이 바뀌어 이제는 민정이네가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빠가 큰 회사를 운영하다가 부도가 나서 집안이 쫄딱 망했다고 했다. 민정이 엄마는 어쩐지 식당 아줌마로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 학교가 끝나면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던 나의 하나의 큰 낙은 그날 이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날부터 나는 등⋅하교 길에 그 분식집을 피해 다녔다. 아니 민정이 엄마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분식집이 학교 코앞에 있어서 피해 다니기가 영 쉽지는 않았다. 민정이 엄마를 보지 않기 위해 분식집 앞을 지나갈 때는 일부러 고개를 땅에 처박고 다녔다. 민정이는 착하고 공부도 잘했다. 이 사실이 더 참기가 힘들었다. 모녀가 더없이 완벽해 보였다. 엄마를 닮은 민정이를 보면 민정이 엄마가 더 생각났다. 그러면 우리 엄마에게 더 미안해졌다. 학교에서는 민정이를, 학교가 끝나면 민정이 엄마를 피해 다니던 나는 흡사 지뢰를 피해 행군하는 비장한 군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 힘들어!’ 며칠을 그러고 나니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를 더 이쁘게 만들던지 민정이 엄마를 못 생기게 만들던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야만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나는 정면 돌파를 하기로 결정했다. 간혹 말을 하면 확 깨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도 아니면 혹시 우리 엄마가 만든 떡볶이보다 그 집 떡볶이가 맛이 없으면 ‘그럼 그렇지’ 하며 핑계 김에 잊어줄 심산이었다. 나에겐 뭔가의 핑계가 필요했다. 절박했다. 그⋅러⋅나, 민정이네 엄마는 말씀도 조곤 조곤 너무나 나긋나긋하게 교양이 있으셨다. 떡볶이도 흠잡을 데 없었다. 나는 정말 망했다.


분식집을 나와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갔다. 짝꿍 재호가 “안녕? ” 하고 말을 걸었다. 쳐다볼 기분이 아니었다. “누구?” “응 내 짝꿍” “ 아 얘가 네 짝꿍 미조구나? 미조야 안녕?” ‘눈치 없는 녀석, 그냥 좀 가지...’ 재호네 엄마신거 같았다. 나는 인사를 할 요량으로 고개를 들었다. ‘오 마이갓!!!’ 나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다. 얘네 엄마는 더 예쁘신 거였다. 큰 키에... 우리 엄마들 세대에는 볼 수 없는 몸매까지 겸비하셨다. 얘네 엄마에게 대니 민정이 엄마는 예쁘신 것도 아니었다. 순간... 나는 박하사탕을 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화∼∼하면서 지금까지 답답하던 마음속의 무엇이 탁 터지는 느낌이었다.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 세상엔 우리 엄마보다 예쁜 사람이 널린 거였어! 그리고 민정이도 재호네 엄마를 보면 지네 엄마한테 미안할걸?’ 순간, 민정이에게 무한한 동지의식 같은 것이 샘솟으며 그 아이가 살짝 불쌍해지기까지 했다... 기분 좋은 애잔함이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앞으로 더 이상은 민정이 엄마를 피해다 닐 필요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더는 미안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확신 같은 것이 맘속에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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