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열 일한다.
찍찍 다다다다다 찍찍 다다다다다다다닥
“아휴 저 노므 쥐새끼들. 오늘도 천정에서 널뛰기를 하는구나.”
“언니, 나는 저 소리가 나면 이런 상상을 해. 저 끝에서 저 끝 대각선 방향으로 뛰어가는 중이구나. 소리를 들으며 계산해 보니까 그래. 가로로 세로로 뛰어간다고 가정하기엔 너무 오래 뛰고 있어. 천장을 자세히 보면 쥐들 동선이 보이는 거 같아. 쟤들이 뛸 때 봐봐 세세하게 제들 발자국이 벽지 위로 스민다니까. 쥐 가족이겠지? 엄마 쥐 아빠쥐 새끼 쥐들. 저러다가 어느 날 천정 벽지가 찍 찢어져서는 …. 으흐흐흐 우리 위로 떨어지는 거야 으하하하”
“으 소름 끼쳐 미친… 너는 상상도 참 변태같이 한다.”
“나는 크면 이 집을 벗어날 거야. 지겨운 이 집구석”
“나도. 나는 매일매일 샤워할 수 있는 집으로 시집갈 거야. 매일매일 샤워를 하고 궁궐 같은 집에서”
“나 오늘 주현이네 갔었는데 집이 정말 궁궐 같더라. 일하는 아줌마도 있고.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준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글쎄 냉장고에 고기가 그득하더라. 냉장고에 썩어나가는 양파 호박만 있는 우리 집과는 대조적이었어. 정말…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궁상맞은 걸까?”
“그지? 그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 지긋지긋해. 둘이 싸우지나 않으면 좀 살겠어. 매일 죽일 듯이 싸우면서 왜 같이 사나 몰라 “
“섹스 때문이지. 섹스가 죽이니까… 엄마가 허리 아프다고 하는 날 있잖아? 그건 100% 둘이 한날이야. 섹스를 하면 허리가 아프데. 미란이가 그랬어.”
“정말? 미란이가 어떻게 알아? 미란이가 벌써 해봤데?”
“응 걔 쪼가리도 씹어봤데.”
“쪼가리가 뭐야?”
“캬 언니야, 언니는 그것도 모르냐? 목에다 키스하는 거. 그거 날날이들이 그렇게 말하던데?
그리고 그게 그렇게 아프데! “
“뭐가?”
“그거 자는 거. 섹스. 생각을 해봐. 그 큰 거를 그 쪼끄만 데다가 쑤셔 넣는데 안 아프겠어? 생각해봐.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어? 미란이가 그러는데 증말 아프데.”
“그래? 영화 보면 막 좋아하잖아?”
“그건 영화고.”
“하하하하 미란이는 정말 난 년이다. 쪼끄만 게 별걸 다해봤구나?”
“고년이 좀 까졌지. 그래도 착해. ”
“착한 년이 그러고 다니냐?”
“응 행실은 그래도 착해. 떡볶이도 잘 사주고 흐흐흐”
이쯤이면 참다못한 엄마의 불호령이 어김없이 떨어진다.
“안 잘래?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얼른 자 내일 학교 가려면”
“엄마 또 뛰어 오실라 자자 자”
“그래 자자.”
나는 언니들의 발밑에서 밤이면 이렇게 천장을 뛰어다니던 쥐새끼들과 언니들의 시답잖은 수다를 들으며 숙면을 방해받곤 했다. 그 당시 다른 말들은 어린 내가 알아듣기 벅찼기 때문에 집구석을 벗어나고 싶다는 말에만 공감을 하며 궁궐 같다던 주현이 언니네 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며 잠들었던 것 같다.
김칫국과 김에 모락모락 막 지은 밥이 놓인 밥상머리에서 “ 엄마 오늘 학교에 학부모 회의가 있데요 어제 가정통신문 보셨죠?” 동생이 묻는다. 나는 ‘ 야 씨 너는... 바쁜 엄마를 꼭 거기까지 불려야겠냐? 가정통신문은 나도 받았다.’라고 눈으로 열심히 욕을 한다.
“응 그래서 오늘 니네 반에 가려고. 어제 옷도 다 준비해 놨지.”
중얼중얼 도란도란...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먹다 말고 어딜 가? 다 먹고 가지?”
“ 아니 됐어. 먹기 싫어졌어. ”
‘도대체 저놈의 머릿속엔 뭐가 든 걸까?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쟤네 엄마랑 우리 엄마랑 분명 같은 사람인데 내가 알기로는? 근데 내가 보기에 우리 엄마는 학부모회의 같은 것에는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도저히 올 수가 없는데 어떻게 쟤는 엄마에게 학부모회의에 참석을 하라고 꼬박꼬박 가정통신문을 내미냐고? 쟤네 엄마도 그래. 뻔히 본인의 딸네 반에도 학부모 회의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리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몇 년 내내 아들 반에만 주야장천 참석을 할 수 있을까? 나한테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이? 저 둘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렇게 빼박으로 닮았는데도 나는 내 생모를 지금이라도 찾아 나서야 하는 걸까? ’ 나는 학교에 가는 길에 주희네 집까지 주희를 데리러 가며 이런 생각을 골똘히 해본다. 심각하게...
주희가 거북 식당에서 나온다. 집창촌을 지날 무렵 지각 쟁이 현정이도 오늘은 늦지 않게 나온다. 멀리서도 뛰는 모습이 영락없는 현정이다. 뒤뚱뒤뚱... 저러다 또 저번처럼 슬라이딩을 해서 아직 지난번 상처도 아물지 않은 무릎을 또 해 먹고 말지...
“혜경이는? ” 뛰어오는 현정이를 향해 뛰지 말라는 시늉을 하며 주희가 묻는다.
“몰라. 아침에 걔네 엄마랑 우리 언니랑 화장실에서 한판 붙었잖아. 나는 그 꼴 보기 싫어서 빨리 나오는 길이야.” 뚱하게 현정이 대답한다.
“ 난... 또 니가 웬일인가 했다. 이렇게 일찍... 왜 아침부터 쌈박질이래? 니네 언니랑 혜경이 엄마는?”
“ 몰라. 책가방 싸고 나오는데 이미 머리 끄댕이를 잡고 있던걸? ”
“ 니네 언니가 혜경이네 엄마의?”
“ 미쳤어? 걔네 엄마가 우리 언니를.”
“ 난 또. 원래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는 거야.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 큭큭큭” 나는 오늘도 어서 주워들은 얘기를 애들에게 써먹는다. 재미있다. 나만 웃는다. ‘무식한 것들. 내 얘기를 또 못 알아들은 게 분명해’
현정이와 혜경이는 느티나무 언덕 아래 여러 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쪽방촌에 살고 있었다. 그 많은 세대수에 화장실이 달랑 하나여서 아침마다 실랑이가 족히 한 두껀은 일어나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의 그 사건은 별일이 아니라는 말이 되겠다.
혜경이가 언덕에서 다다다 뛰어오며 인상을 찡그린다. 내 말을 들은 거다.
“뭐래? 아으 지겨워. 지금은 현정이네 엄마랑 우리 엄마랑 소리 지르고 난리 났어. 집에 있는 사람들 다 나와서 구경하고 난리도 아니야. 그런데 더 웃긴 건 아무도 안 말려. 미쳐. 내가 하루빨리 저 집구석에서 벗어나야. 이 꼴 저 꼴을 안 보지.”
우리들은 모두 이 동네 각자의 집구석을 하루빨리 벗어나고픈 14살이었다.
집창촌을 지나 널찍한 광장처럼 생긴 느티나무 동산이 나타나면 밤사이 맺혔던 이슬들이 아침 햇살에 마르느라 희뿌옇게 몽실몽실 댔다. 알싸한 저녁 공기가 아침 공기와 섞이느라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저 멀리서 찬 공기와 따듯한 공기가 아지랑 거리며 몸을 섞고 있었다.
앞서 가던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명이 가던 길을 되돌아 이쪽으로 쭈뼛거리며 다가온다. 대머리가 진 남자는 전날 먹은 술이 아직 덜 깨었는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내뿜는 날숨엔 술 냄새가 역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학생들 모여 봐. 뭐 좀 물어볼게”
지금까지 질펀한 아줌마들처럼 얘기를 주고받던 꼬맹이들은 착한 학생 인척 길이라도 물어보면 알려줄 요량으로 모이란다고 쪼르르 머리를 조아리며 한 곳에 모였다. 대머리 아저씨는 개기름이 번질번질한 얼굴로 약간의 뜸을 들이더니 아이들을 향해 묻고 있었다.
“ 니네들 월경은 시작했니? ”
“??!”
너무나 갑작스럽게 훅드러온 더러운 질문에 우리는 모두 말문이 막혔다.
놈의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난 후야 비로소 아이들은 그것이 길을 묻는 소리가 아닌 미친놈의 미친 짓거리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놈은 재밌다는 듯 내쳐 다시 묻는다.
" 니네들 거기에 털은 났니? “
“ 악!!!”
이제서야 상황 판단이 된 아이들이 에프킬라 맞은 바퀴벌레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자 아까 그 대머리 사내는 혼자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며 손을 하늘로 쳐들며 자랑스럽다는 듯 승전보를 날리며 혼자 쌩쑈 중이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령이라도 본 듯 혼비백산하여 언덕을 내달려 둔턱 위의 큰길 횡단보도에 가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모여들었다.
“ 미친놈 ”
“ 나는 심장이 아직도 벌벌 떨려 ”
“ 봤어? 봤어? 아까 저 아저씨 자기 고추를 바지 위로 내놓고 있었어 ”
“ 설마 ”
“ 증말? 증말? 못 봤어 아깝다. ”
“ 야 이 씨... 아깝긴 눈 버렸어. 아 드러 퉤 퉤 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