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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Feb 15. 2022

나보다 한 살 어린 언니에게

블루 발렌타인 II

언니가 있던 시간의 자리에서 술을 마신다.

그녀가 했던 고민들은 아닐지라도 

이런저런 상념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니 

조금은 그녀를 이해해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잠깐만 참지 이 사람아...

이렇게 나랑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덜 외로웠을 사람...

욕심 없던 그녀가 바라던 십 원짜리 행복도 못 가져본 채 쓸쓸히 시들어가던 그녀를 일곱살 어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일곱 살 만큼 바쁜 세상에 살던 나는 그녀의 외로움을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좋아하던 나미의 <슬픈 인연>을 틀고 그녀가 좋아하던 커피를 내리고 핏빛 와인을 한잔 준비하고 나는 피울 줄 모르는 담배를, 그녀는 애정했던 담배를, 그냥 불만 붙여 술잔 위에 올려놓는다. 타다 말다 꺼지고 꺼지고 누군가 그녀의 시름을 한 모금 힘껏 빨아 주었더라면 좀 해소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목마름이 타다만 담배랑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추억한다. 


사는 거 별거 아닌데 언니야... 내가 살아보니 그런데 언니는 뭐가 그렇게 용서할 수 없었니...

그래서 거기선 좋은 거야? 거짓말처럼 발렌타인데이에 떠난 그날, 나는 농담인 줄 알았잖아. 

너무 낯선 곳에 언니를 뉘어 놓고 삼일을 기다려도 깨어나지 않길래 진짠가보다 생각이 들었을 땐 나도 이미 내정신이 아니었지...


세월은 참 잔인해 그지? 이젠 눈물 없이 언니를 기억할 수가 있네. 윤회도 천국도 믿지 않는 나는 언니를 다시 만날 자신은 없지만 만약 각자의 세상이 따로 있다면 

어디서든 여기보다는 행복하길... 여기보다는 외롭지 않기를... 

그리고 오늘 내가 내내 틀었던 노래를 어디에선가 꼭 들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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