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깊은가?
나는 지금 한때 나와 관계가 깊었던 사람을 만나러 간다.
한때는 나의 부모였던 사람
한때는 나의 남편이었던 사람
한때는 나의 자식이었던 사람
한때는 나와 단짝이었던 사람
어쩌면 우리는 관계라기보다는 기억에 근거를 두고 누군가를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들과 좋았던 기억
그와 설레었던 기억
그들과 뿌듯했던 기억
그와 친했던 기억
그들과의 추억에 나쁜 기억이 더해지면서
그들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고
망가지고
사라지고...
어느 날 그들에게, 혹은 머지않은 날 나에게,
기억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의 관계도 사라지는 걸까
그래도 관계는 남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