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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Jul 13. 2022

Let's dance with blood

춤은 테크닉으로 추는 게 아니라나 뭐라나...

갱년기를 심하게 앓느라 잠도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못 자고 늘 쪽잠만 자는가 하면 가뜩이나 한여름에 갑자기 치오르는 열로 너무너무 더워서 나시를 입으면 또 갈아입는 즉시 몸이 으슬대고 다시 또 긴팔로 갈아입으면 훅하고 열이 치오르고...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그래서 결심했다. 이럴 바엔 아무 장단에나 춤을 춰보기로..

그래서 픽한 줌바댄스. 줌마 댄스? 아줌마들이 추어서 줌마 댄스인가? 알고 보니 줌바 Zumba 댄스 정확히 '줌바 피트니스' 한 시간에 무려 1000킬로 칼로리를 빼준다는 말에 혹해서 아줌마들을 모여들게 한다는 그것


떡볶이도 원조만을 고집하는 나는, 줌바도 원조에게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수소문 끝에 라틴계열의 선생님이 있는 반으로 갔다.  


긴 파마머리에 잘록한 허리 까무잡잡하니 매력적인 페이스. 키는 얼추 나와 비슷한데 들어갈 때 확실히 들어가 주시고 나와야 할 곳 확실히 마중 나와 주신 워너비 몸매. '이걸 추면 저렇게 된단 말이지? ' 

아닌 줄 빤히 알면서도 잘록한 허리와 곧은 척추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할머니가 되어도 들 서글프지 않겠어!? 한 십 년 추면 그래도 내 몸매에서 최대한 들어갈 곳과 나올 곳은 구분이 가능하지 않겠어?라는 다소 허무 맹랑한 생각에 기대어 일단 시작은 하기로!


뭐야 뭐야!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르쳐줘도 출까 말 깐데 그런 과정 없이 걍 혼자 추네? 현란한 발동작, 마구 흔들어대는 엉덩이,  사람을 선동하는 듯한 팔 동작, 그 와중에 섹시를 표방하는 저 표정... 저걸 다 한꺼번에??? 다른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따라 하고 있는 이 분위기 어쩔 거야? 이분위기를 깰 수 있는 용기가 내겐  없으므로 그냥 묻어가기로... 어색 어색 어색 어색


음악은 흥겨웠고 선생님은 일단 자기 흥에 취해 너무도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요래 요래 요래 요래...



갑자기 20년 전... 사실은 30년 전 

인터내셔널 한 인종들이 모인 곳의 댄스장에 얼떨결에 들어가 있게 된 적이 있다.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 쭈볏쭈볏거리며 머뭇거리고 있는데 같은 기숙사에 사는 아프리카 친구가 말을 건다.

"왜 안 춰?"

음악소리가 고막을 찢어서 서로 소리소리 지르며 겨우 대화를 했다.

" 못 춰"

"??!"

" 못 추는 게 어딨어? J!! 춤은 테크닉으로 추는 게 아니야 몸을 음악에 맡겨 with blood~~ with blood~~  J come come come on! come on!! J"

with blood를 외치며 테크노 음악에 맞추어 추던 본능에 충실한 제스추어들 먼옛날 그녀의 조상들이 모닥불 피워두고 동그랗게 모여서서 췄을 법한 그러나 오묘하게 그녀만의 필을 갖고 리듬을 타던... 그걸 보며 애라 모르겠다. 그래 나도 한번 피가 이끄는대로 막춤을???!


실로 오랜만에 목격하는 with blood dance 였다. 그랬지... 

선생님은 어떤 테크닉으로 춤을 추는 게 아니었다. 피가 이끄는 데로 자기 흥이 이끄는 데로 그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자기도 아는 듯 모르는 듯 줌바 피트니스 코스의 선생으로서가 아닌 스테이지 위의 무희처럼. 

퍼뜩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with blood "주문에 걸린 듯 나도 슬슬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어색함은 저 멀리 사라지고 음악에 맡겨진 나의 관절들은 제각기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최대치를 써가며 피에 반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난 후였다. 뭔 일이 있던 건지 몸은 흠뻑 땀으로 젖어 있었고 오랜만에 송골송골 땀을 배출해 보는 나의 모공들은 반가움으로 꼭꼭 조여들고 있었다. 머리는 엑스터시-안 해봤지만 ㅎㅎ-를 한 것처럼 기분 좋게 비워져 있었다. 그랬다. 아드레날린이라는 것이 서서히 내몸에 마약처럼 퍼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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