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나빌레라
왜 발레를 떠올렸는지 모른다.
요가, 필라테스... 유연성을 위해 이 운동 들을 꾸준하게(?) 간간히 했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임신이 뜨음하던 즈음 누군가 요가를 하면 신진대사가 좋아져서 여성호르몬 분비에도 좋아서 불임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부터... 실제로 요가 시작 3개월 후 임신이 되어 예정되어있던 불임 크리닉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뻣뻣했던 몸이 요가로 좀 노글노글해질 즈음 필라테스가 유행해서 하고 나면 좋았지만 다소 심심하던 요가를 그만두고 필라테스로 갈아탔다. 한 5년 하고 나니 이것도 타성에 젖어 효과가 덜하다고 생각돼서 그랬나?
문득, 그래 발레를 해보는 건 어때?
그렇게 충동적으로 시작되었다.
나이 오십에 발레는...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체력이 급격히 저질체력으로 치달을 무렵,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체력 안배를 위해 시작한 걷기가 뜻하지 않게 뱃살을 빼주었다. 마른 체형의 뱃살이라 그동안 다이어트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걷기의 부작용으로 뱃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지방은 모두 태우고 얇게 늘어진 뱃가죽만 조금 남아있다. 이것은 바지 밑으로 구겨 넣으면 대충 가려졌다.
자, 이제는 나시를 입고 요가용 쫄바지를 입고 토슈즈-충동적인 결정이라 이것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없으니 맨발로. 준비 완료
등록 전 한 번의 체험 기회.
넓은 홀 안에 선생님 포함 5명이 홀연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몸매가 장난이 아닌 젊은 학생들이었다. 다행히 선생님이 내 나이 또래.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선생님의 구령 소리만 또렷하게 들리는 매우 우아한 분위기...
평소에 우아 떠는 것들을 경멸했었는데.
여기 분위기 뭐야... 너무 잘 어울린다. 우아가. 이래서 발레들 하나 봐...
코어에 힘을 주고 허벅지 안쪽을 당겨가며 기본 동작을 하는데 왜 나만 지구가 흔들리는 거야?
재들은 다른 지구에 서있는 거야? 왜 나만 달달거리고 다리를 떨어뜨리냐고...
이렇게 저렇게 30분이 지나자 얼추 폼이 비끄무리...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어쨌든, 저 거울 속 비치는 내가... 내 손길이... 왜 이렇게 우아한 것처럼 보이지? 몸 선 실화냐?
나 우아 좋아했구나! 동경했구나! 그래서 그동안 재수가 없었던 거야. 우아떠는 것이.
신포도였던 거지... 역시 포도는 시어도 맛있다는 걸 오십이 돼서야 알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