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사리

by 김준한

고사리

김준한


흐린 오전 얽던 할머니 따라

처마 끝 야윈 거미 분주하던 그날

고추장보다 빨간 욕설 비빈 밥상 엎은 아들, 찬장 속

말라비틀어진 지폐 들고 신작로를 짓밟았다


녹 부스러기 일어난 대문을 미는 풀독 벌겋게 오른 손등

키 내민 지 얼마 되지 않은 고사리 꺾을 때면

일찍 어리광 꺾인 손자가 더없이 가여웠다


저울 한 눈금 올리기 위해 가파른 경사 오르내린 세월

기대는 짊어지고 내려온 한 보따리 가득 무거웠지만

허리 휜 하루는 삶아서 널어놓은 햇살처럼 말라갔다


칠 남매 북적이던 마당이었으나,

손자 녀석 뛰어놀던 한 귀퉁이 채우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고사리 몇 근


목줄 괜히 풀어주었나?

며칠째 돌아오지 않는 누렁이

산비탈 오르며 밝아진 오전과 어둠이 삼킨 오후

헤아릴 수없이 시장에 내다 팔았건만

집 나간 손자는 여태 마당 밟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