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김준한
사과가 열리면 사과나무인 줄 알고 앵두가 열리면 앵두나무인지 알듯
어리석은 나는 열매 맺기 전까지는 네가 어떤 나무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너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을 것이다
대적하던 정의심이 날카로운 바람을 쓰다듬는 유연함을 배우기까지 얼마나 많이 부러졌던가
헛된 것을 꿈꾸며 양분을 탐하던
그 많은 이파리 떨구며
초라한 모습으로 우뚝 선 나는 어떤 나무일까
내가 맺을 그 열매로
이 세상에 나를 증명할 그날까지
나는 그저 이름 모를 나무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