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매트리스/김준한
이불 당겨 눕자 뒤척이는 어둠
원금 보다 이자가 더 서글픈 일수 대출,
오늘도 출금란에 하루치 이별을 선명하게 찍는다
점점 줄어드는 수명의 잔고
탄성 좋았던 시절엔 몇 분 전
얻어먹은 욕도 쉽게 튕겨냈는데,
며칠 전 범했던 실수가
부끄러워 녹슨 소리 낸다
잔뇨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어나자
움푹 들어간 자리, 곤한 생이
무거워서가 아니다
어느새 약해진 청춘의 탄성
내가 뒹굴던 시절과 내가 꿈꾸던 네 가슴에도
깊이 파인 웅덩이가 있어 가득 고인 슬픔
썩어졌으면 좋겠다
화장실 나와 불을 끄자 몇 발짝
앞서간 적막이 나보다 먼저
엉덩이 깔고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