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좀 내어주세요/김준한
우리 동네 넓은 공터가 있다
주인이 방치한 그 땅에선 풀들도 허락 없이 자라고 불법점거한 빛 알갱이가 뛰어논다
나는 자주 그곳에서 아롱이다롱이의 목줄을 놓는다
어느 날 귀퉁이에 누군가 텃밭을 일구었다
누가 감히 농작물 경작금지 팻말 옆에 씨를 뿌렸을까
나도 방심한 네 세월을 틈타
허락 없는 네 마음에 내일을 심고 싶다
네게 쓸모없는 잡초가 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햇볕이 오래 머무는 시간엔
조용한 그림자가 되어 돌부리에 움푹 파인 네 상처를 가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실금처럼 갈라진 네 기억을 저리며 스며들고 싶다
세월이 흐른 후
네가 그 작은 텃밭을 돌아보는 날이 온다면
푸른 것 하나쯤
마음에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