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김준한
이별은 어김없이 지켜졌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약속한 숫자 앞에 서는 일이 뭐가 어렵냐고 오만했던 청춘
지쳐 갈 즘 나도 모르게 하루는 조금씩 나를 깎아 먹는다
닳아진 자리마다 느려진 행동이 생각을 따라오느라 버겁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새벽 시침이 어긴 약속, 이제는 몸이 자신만의 습관을 정해버린 시계
나는 화장실로 가 참지 못해 뱉어낸 잠꼬대처럼 방광에 찬 것을 쏟아낸다 간신히 꾸었던 달콤한 꿈 마저 비워낸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 꿈을 이어가기 위해 허탈해진 의식을 다시 눕힌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매일 일초씩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걸 일분 단위로 느려지면 더는 아무도 속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