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그래도 좋겠습니다/김준한

by 김준한


한 번쯤은 그래도 좋겠습니다/김준한


어린 날 논에 자란 벼 모종보다 개구리소리 울창하던 밤 보고 싶은 엄마를 돌려달라고 하나님께 처음 기도 하던 그날

내 목소리보다 더 큰 개구리울음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햇살이 잠적한 숲에 가려 엄마가 나를 못 찾는 거라고 짙은 녹음을 지우려고 허공을 헤집었지만 찢어진 건 이파리가 아닌 내 목청이었습니다 내겐 날카로운 낫이 없어 끝내 굵어지던 세월을 베어내지 못했습니다


포장지도 뜯어보지 못한 채 유통기한 지나 보낸 짝사랑들 엄마의 젖가슴을 모르는 것처럼 그녀들의 탱탱한 마음결은 도대체 어떤 감촉일까요

운이 좋아 제게 이름을 물어보고 가끔 안부를 물어주는 당신을 만난다면 나는 떼쓰는 아이처럼 그 어린 날 별을 향해 울부짖었던 내 목소리가 이제야 저 광활한 세월을 건너 당신에게 닿은 거라고 한 번쯤 우겨보겠습니다

당신의 감촉과 온도를 배우기 위해 와락 당신을 끌어안고 내 엄마를 영원히 잊겠습니다








한 번쯤은 그래도 좋겠습니다/김준한


어린 날 논에 자란 벼 모종보다 개구리소리 울창하던 밤 보고 싶은 엄마를 돌려달라고 하나님께 처음 기도 하던 그날

내 목소리보다 더 큰 개구리울음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울창한 숲에 가려 엄마가 나를 못 찾는 거라고 목청 찢어지라 울었습니다 하지만 내겐 날카로운 낫이 없어 개구리울음을 베어내지 못했습니다


포장지도 뜯어보지 못한 채 유통기한 지나 보낸 짝사랑들 엄마의 젖가슴을 모르는 것처럼 그녀들의 탱탱한 마음결은 도대체 어떤 감촉일까요

운이 좋아 제게 이름을 물어보고 가끔 안부를 물어주는 당신을 만난다면 나는 떼쓰는 아이처럼 그 어린 날 별을 향해 울부짖었던 내 목소리가 이제야 저 광활한 세월을 건너 당신에게 닿은 거라고 우기며 이 가엾은 놈을 한 번만 안아 달라고, 한 번쯤 그래도 좋겠습니다


여자의 마음결은 얼마나 고운지 가슴의 온도는 얼마나 따뜻한지, 딱 한 번쯤은 내게 가르쳐 줘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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