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다

by 김준한

집을 짓다/김준한


응고된 허공을 부순 자리에 철근을 세운다

뼈대뿐인 생각에 밀도를 채워 넣기 위해

수없이 만든 사유의 거푸집

무엇 하나 자랑할 것 없이 바닥을 다진 세월이 길었다

훗날 네 따뜻한 가슴하나 누울 방 한 칸 내놓을 수 있을까

견고한 인생을 짓기 위해 모래를 체에 고른다

모두를 품으려 했으나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 작아서 어제보다 더 넓어진 구멍을 빠져나가 버린 인연들

더는 슬픈 일이 아니란 걸 가슴에 남은 굵은 모래로 옹벽을 세우고야 알았다


모난 마음 하나하나 깎아내며

금 간 틈 사이로 스며드는 어둠까지 메운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힘을 숨겨두고

언젠가 네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낯설지 않은 온기로 감싸 안을 수 있기를

긴 시간 굳어온 나의 하루들이

비로소 누군가의 쉼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한 장의 벽을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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