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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탈공입니다

by 김준한

나는 몰탈공입니다

김준한


오늘 현장은 11층 아파트

지상의 삶이 숨 가쁘게 오르는 꿈의 높이


1층 바닥에 호수 두 개 깔면 그만이던 현장을 생각하면,

아이고야 관절이 움츠려 듭니다


십 미터 길이의 고압 호수 여러 개 고층 난간에 이어 부치고 나면 아득해지는 지난날


매듭 없이 한 줄에 여기까지 온 생도 있을까요?

힘겹게 오른 한 시절이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게

또 다른 시절을 잡고 연결 부위를 꽉 조였던 삶


짧았던 추억이 급경사를 오르고 나면

기억이 끝 나는 부분에 다음 경사를 이어 부치곤 했습니다


허공을 수직으로 밟으며 오른 생

난간 따위 잡고 휘청일 사치가 있을 리 없었죠


비빌 계단이라도 있었다면 거친 호흡 뱉으며

인상구기진 않았을 텐데,

잘 섞이지 않아 희석되지 않은 생각들이 타인을 아프게 했습니다


슬픔 부족해 질지 않는 생

날카로운 모서리 드러낸 모랫빨이 호수 내벽에 쓰린 생채기 냅니다


경직도가 쓸려나간 부분에 오늘은 새롭지 않아

전보다 강하게 가해지는 압력일 뿐


울컥 쏟아 낸 물컹한 슬픔 다 굳으면 하나의 면적이 되는 방

나는 그곳에 따뜻한 온기를 심는 사람입니다


꿈틀거리는 고압 호수 속

오늘도 무사히 막히지 않고 통과한 하루치 몰탈,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랫빨처럼 거칠었던 하루의 잔량이 내 혈관 속 관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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