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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락

by 김준한

밤사락/김준한


그때,

산 등 오른 할머니의 지팡이

가시처럼 따가운 세월 더듬어

영글진 나날 한 톨 한 톨 줍고 계셨다.


풍년인 밤 농사, 셋째가 장가들어

손자를 안겨줬을 때만큼 기뻤을까?


밤나무 이파리 내려앉은 햇살

주름진 손마디에 잔뜩 묻으면

산 허리 휘도록 누르며 내려온 밤포대


마른 밤사락 벌레 먹은 자리

손자 뛰어놀다 던지고 간

지붕 그늘 빌려 어루만지는 손마디


첫째가 낙지 삼키다 숨 막혀 죽은 날

제일 큰 애벌레가 가장 탐스런

알밤 속 헤집고 들어갔을 것이다.


뙤약볕 누그러진 마당 누운 지팡이

그 숙면의 시간 빌려

귀퉁이 뜯긴 흔적

실각 살각, 도려내고 계실 때


저녁은 또다시, 아궁이에서

갓 피어난 연기처럼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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