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를 닦으며
김준한
유년의 가슴에 빛나던 꿈 바라보던 눈,
제대로 뜨지 못한 건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발 디딜 수 없는 허방의 세월을 배회하며
수북이 쌓인 상념
끝내 투명하던 기억 지웠다
세정제에 젖어드는 마른 헝겊의 고뇌
겹겹이 찌든 시간과의 마찰 견딘다
가 닿지 못하고 스쳐 보낸 나날은
빛을 잃은 상처되어
뽀드득! 뽀드득!
울음 흘린다
유리를 닦아, 나 다시 환해질 수 있을까?
가슴 깊이 파고드는 따가운 빛
아, 참기 힘든 이 시라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