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수술대에 오르다

근위경골절골술을 하다

by 달려보자go

수술대 위에 누웠다. 7월 중순이 지났지만 추웠다.

LED 조명이 그림자 하나 없이 내 몸을 비췄다.

강렬한 백색광 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여자 간호사가 물었다.

“Y님 맞으시죠?”

“네”

“왼쪽 다리 절골술 하시는 거 맞으시죠?”

“네”

간호사가 수술복을 들춰 수술 부위를 표시한 동그라미를 확인했다.

‘그래, 멀쩡한 다리를 수술하면 안 되지.’

수술 때문에 안경을 벗었더니 간호사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대신 청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간호사가 내 오른팔을 눌렀다.

“따끔해요.”

주사 바늘을 찔렀다. 수액을 투여하기 위한 줄이 연결됐다.

가슴에 심전도 측정 케이블을 부착하고 손가락에는 산소포화도 센서를 채웠다.

모니터에서 ‘삐-삑‘ 하는 소리가 심장 박동에 맞춰 흘러나왔다.

수술실 다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수술 도구를 준비하는지 스테인리스 트레이에서 덜그럭 소리가 들렸다.

‘마취주사를 준비하는구나.’

수술 후기에 마취만 되면 별거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잠시 후 마취과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왔다.

‘그래, 올 것이 왔구나.’

“마취를 하겠습니다. 불편한 곳 없으시죠?”

“네”

남자 간호사 두 명이 나를 옆으로 눕혔다.

“허리를 구부리고 움직이지 마세요. “

“네”

등을 새우처럼 구부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남자 간호사가 나의 팔과 다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숨을 멈췄다. 바늘이 들어갈 때 몸이 움직이지 않기를 빌었다.

이를 악 물었다.

가느다란 바늘이 피부를 뚫고 척추 4번과 5번 사이쯤으로 들어갔다.

의사는 마취액을 척수액에 직접 주입했다.

마취액은 뇌로 가는 신경을 마비시킬 것이다.

하반신 마취를 시키는 것이다.

“다 됐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한 고비 넘겼다. 몸을 바로 누웠다.

마취가 완전히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남자 간호사가 소변줄을 꼽았다.

‘이제는 화장실도 갈 필요가 없게 됐군.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결국 종아리뼈를 자른다.’


처음 의사에게 수술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를 찾았다.

MRI 검사 결과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졌고 관절염 초기라고 했다.

‘아니, 이제 마흔인데 관절염이라고?’

연골은 그렇다 쳐도 관절염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종아리가 휘어 무릎 안쪽에 하중이 집중되어 연골에 손상이 일어났다고 했다.

치료를 위해서 근위경골절골술(High Tibial Osteotomy, HTO) 이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어감이 좋지 않다. 절골이라..

예상대로 수술 방법이 살벌했다.

휘어진 종아리뼈를 잘라서 일자로 만든다.

‘뭐? 뼈를 잘라? “

엄밀히 따지면 뼈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다.

바깥쪽을 경첩처럼 남겨둔 채로 절반만 자른다.

그 뼈사이를 벌려서 인공뼈를 넣어서 교정 각도를 만든다.

‘이것이 정녕 가능한 일인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수술 후기를 찾아봤다.

그렇게 초조한 날들이 흘렀다.


‘이불을 덮어 준 것인가?’

몸이 따뜻해졌다.

“재워 드릴까요?”

여자 간호사가 물었다.

“네”

뼈를 드릴로 자르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수면 유도제가 정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수술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았다.

헤드폰을 끼워준 것 같았다. 소리가 멀어져 갔다.

납주머니를 가슴에 올려놓은 것처럼 무겁고 답답했다.

‘다, 잘 될 거야,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험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