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역경의 시작

by 달려보자go

눈을 떴다.

천장이 흐릿하고 빛이 하얗게 번졌다.

”깨어나셨나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복실에서 대기하셨다가 병실로 올라가실게요 “

간호사가 말했다.

’ 수술은 잘 된 건가.‘

마취 때문인지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잠시 후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 간호조무사가 영상의학과로 나를 데려갔다.

CT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병실까지 오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6인실 병실치고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면회는 불가했다.

조용해서 나에겐 더 좋았다.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벨을 누르라고 알려줬다.

식사는 저녁부터 가능.

어차피 배도 고프지 않았다.

마취가 풀리지 않아 통증은 없고 다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불로 다리가 덮여있어 발가락만 조금 보였다.

발가락을 움직여봤다.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힘을 좀 더 주었더니 살짝 움직였다.

‘이거 발가락도 움직이기 힘들구먼….’

약기운 때문인지 눈이 반쯤 감겼다.

병원은 잠이 잘 온다는 것을 입원을 하고 나서 알았다.

조명은 늘 비슷하고, 소음도 낮고 일정했다.

긴장할 필요도 없다.

가만히 있으면 나른해진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다.

잠을 깨운 건 통증이었다.

수술 부위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제 마취가 풀리나 보다.’

’ 이제 시작인가….‘

통증이 점차 강해졌다.

숨을 쉴 때마다 다리에 심장이 있는 것처럼 욱신거렸다.

처음에는 찢어지는 고통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망치로 다리를 때리는 것 같았다.

무통주사를 눌러도 소용이 없었다.

현기증이 나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간호사를 불렀다.

무통주사가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진통제 주사를 한 대 놔주고 갔다.

‘이제 좀 괜찮아지겠지….’

출산의 고통과 비교하는 수술 후기가 생각났다.

그렇게 오후 내내 통증에 시달렸다.

진통제를 몇 번 더 맞았고 저녁이 됐다.

저녁 식사로 죽이 나왔지만 먹지 못했다.

밤 10시 정도가 지나서야 물을 조금 마셨더니 이제 좀 살만해졌다.

통증이 줄어든 건지 익숙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수술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리를 본 건 수술 후 2일이 지나고 소독을 할 때였다.

상처부위에 7센티미터 길이의 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이게, 내 다리인가….’

퉁퉁 부었다.

보라색 피멍이 허벅지 안쪽부터 종아리까지 길게 이어졌다.

특히 아킬레스건 부위는 너무 깊숙이 멍이 든 것처럼 보여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거, 멍이 지워지는 거는 맞겠지? 너무 진한데.....'(지금보니 모두 사라졌다)

그래도 일자다리로 보이기는 했다. 아직 확실치 않았지만.

수술 후 3일이 지났다.

병원생활도 익숙해졌고 통증도 많이 줄었다.

첫날의 고통이 10이라면 이제 4까지 줄어들었다.

재활을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목발을 연습했다. 처음이었다.

재활센터에서 물리치료사가 사용법을 알려줬다.

생각보다 근력이 많이 필요했는데 겨드랑이가 아프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요령이 없어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병원 복도를 10미터 정도 왔다 갔다 했는데땀이 뻘뻘 났다.

퇴원하고 두 달간 목발을 사용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다음 날은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재활을 시작했다.

자동으로 무릎을 꺾어주는 기계를 이용했다. 각도를 조금씩 조정해 가며 무릎을 접었다 폈다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무릎 주변 조직이 딱딱하게 굳거나 서로 달라붙는다고 했다.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여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부기가 빨리 빠진다고 했다.

통증이 없는 정도의 낮은 각도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각도를 늘려갔다.

뼈의 각도를 인위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에 그동안 굽어 있던 다리에

맞춰져 있던 인대, 힘줄, 근육들이 새로운 각도에 적응하며 늘어나야 한다.

재활은 그렇게 계속됐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낯설고 불편했던 병원 생활은 평온한 일상이 되었다.

매일 같은 시간 체온을 재고 주사를 맞고 재활을 했다.

회사일도 육아도 잊고 회복에만 전념했다.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책을 읽을 때면 수술하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소독은 이틀에 한 번씩 했다.

점점 부기가 빠져가는 게 보였다.

하루는 다리 모양에 맞춰 보조기를 만들었다.

퇴원하면 보조기를 차고 목발을 짚고 생활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 창밖으로 차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이제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아빠~ 언제 와?”

“응, 이제 곧 퇴원할 거야~ 집에서 봐~”

“응, 빨리 와~!!”

퇴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밤에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다시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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