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걸어보자

by 달려보자go

퇴원 수속을 밟고, 수술비를 결제했다.

서류 봉투를 들고 병원 문을 나섰다.

숨을 들이켰다.

뜨거운 바람이 폐 속으로 훅 밀려들어왔다.

열흘 만에 병원 밖으로 나오자, 계절이 먼저몸에 와닿았다.

7월의 햇빛은 따가웠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등에서 땀이 흘렀다.


집 현관문 앞에 섰다.

목발을 겨드랑이에 고정하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짧은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급하게 다가왔다.

신발장 앞에 아이가 나타났다.

딸은 잠깐 멈춰 서서 나를 올려다봤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당분간은 혼자 신발 벗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짐을 풀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옷방에 들여놓은 병원용 침대였다. 손잡이가 달린.

아이는 다리에 채워진 보조기를 한참 들여다봤다.

나는 딸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자, 사소한 일들이 불편해졌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건 샤워였다.

수술부위에 물이 닿지 않게 비닐랩을 여러 겹 감고, 의자에 앉아 샤워를 했다.

다리를 욕조에 걸쳐 올려놓고 요가를 하듯 힘겨운 자세로 씻었다.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재활센터에 갔다.

도수치료를 받고, 하체 스트레칭과 허벅지 근육 강화 운동을 했다.

사람마다 맞는 운동이 있다면, 근력운동은 분명 내 쪽은 아니었다.

재활을 위한 근력운동은 특히 그랬다.

옆으로 누워서 수술한 다리를 위아래로 들었다 놨다 몇 번 하면 식은땀이 흘렀다.

‘이렇게 근력이 없었나….’

재활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목발 없이 걷게 된 건 늦여름이 지나서였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했다. 출근 전 집 앞을 천천히 걸었다.

산책로 옆으로 작은 천이 흐르고, 물소리가 들렸다.

다리에 체중을 실어가며 걸었다.

처음에는 2킬로미터 정도였다. 집에 돌아오면 다리가 묵직해졌다.

그래도 통증은 없었다. 매일 20, 30분씩 걸었다.

일어나 물 한잔을 마시고, 모자를 눌러쓰고 에어팟을 끼고 밖으로 나갔다.

주말에는 차를 몰고 조금 먼 곳까지 걸으러 갔다.

유명한 호수공원을 가기도 했고, 한강을 찾기도 했다.

주말 새벽 산책을 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제일 많이 찾은 곳은 남산이었다. 계절마다 풍경이 달랐다.

남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옆으로 50대 중반의 남자 둘이 힘차게 달려 나갔다.

언덕길도 아랑곳하지 않고 으쌰으쌰 올라갔다.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두 발을 내려다봤다.


남산 정상에 올랐다.

높아 보이던 빌딩이 아담해 보였다.

아까 봤던 러너가 떠올랐다.

발끝에 힘을 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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