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핀 열두 개를 종아리뼈에서 제거했다.
절골술의 마지막 단계였다.
무섭게 생긴 핀들은 2년 동안 제 몫을 다했다.
이제 떠나보낼 차례였다.
뼈는 더 이상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됐다.
스스로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왼쪽 다리를 수술하고 6개월 뒤 반대쪽 다리를 수술했다.
마지막으로 1년 반이 지나 철심을 제거했다.
재활까지 모두 3년이 걸렸다.
그 시간을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 당시에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돌아보면, 지난 시간은 늘 짧다.
어떻게 흘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수술하고 3년이 지난 2023년 여름.
나는 달리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회사 앞에 헬스장이 생겼다.
오픈 이벤트 할인.
구경만 하러 들어갔다 등록을 해버렸다.
멋진 몸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목표는 하나.
달린다.
8월은 덥다.
밖에서는 달릴 수 없다.
그래서 실내를 선택했다.
출근 전 산책 대신 러닝머신에 올랐다.
첫날은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했다.
다음날은 걷기에서 달리기로 막 넘어선 속도로 달려봤다.
매일 조금씩 달렸다.
일주일 뒤, 15분을 쉬지 않고 달렸다.
어느 순간, 달릴 때 리듬이 생겼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5킬로미터를 달렸다.
”이게, 되네…. “
그때 잠시, 농구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샤워 도중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역시 무리였나…. “
그동안 달린 기록들을 살펴봤다.
평균 페이스 6분.
너무 빨랐다.
“천천히 뛰어볼까.”
9월 초.
한여름의 쨍쨍함은 사라졌지만, 아직 여름이었다.
가슴에서 땀이 슬며시 배어 나왔다.
아침 7시.
태양이 롯데타워 근처에 걸려 있었다.
오늘은 ‘완전히 천천히 달리기’를 해보기로 했다.
세빛섬에서 동호대교까지.
에어팟을 끼고 첫 발을 내디뎠다.
숨이 차지 않는 속도로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달렸다.
강물 위로 빛이 부서졌다.
30분 만에 동호대교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4킬로미터가 조금 넘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돌아갈 방향을 바라봤다.
자전거 무리가 옆으로 쌩하고 지나갔다
다시 달렸다.
강 위에서는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이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멋지게 사는구나…. “
시계에서 6킬로미터 알림음이 울렸다.
이제부터는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목이 말랐다.
다리가 무거워지고 보폭이 줄었다.
걷기 직전의 속도까지 떨어졌다.
멈출까, 계속 갈까.
”걷지만 말자“
기합을 넣고 다시 힘을 냈다.
풍경은 사라지고, 숨소리만 들렸다.
‘나는 왜 홀로 여기서 달리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괜히 화가 났다.
얼굴이 따가웠다.
벤치에 앉아 다리를 뻗었다.
강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요했다.
“해냈다. “
혼잣말 치고 소리가 컸다.
8킬로미터.
쉬지 않고 달린 첫 기록.
한강을 오래 바라봤다.
그렇게 나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