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에 나가다

화성효마라톤

by 달려보자go

공기가 차가웠다.

반팔 티셔츠를 입기에는 조금 쌀쌀했다.

양팔을 문지르며 경기장 잔디를 밟았다.

화성종합경기타운에 8천 명의 러너가 모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인파 속에서 나는 혼자 서 있었다.

어색함을 감추려 신발끈을 몇 번 다시 묶었다.

배번호를 달아주는 가족들,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

다들 즐거운 모습이었다.

하늘에는 드론이 떠 있었고, 잠시 뒤 폭죽 소리가 났다.

러너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레이스가 시작됐다.

사람들이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나도 그 흐름에 섞였다.

경기장을 벗어나자 내리막이 이어졌다.

흰색 기념 반팔 티셔츠를 입은 수천 명의 뒷모습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불과 한 달 전, 8km를 겨우 달리고 돌아온 밤이었다.

나는 홀린 듯 마라톤 대회를 검색했다.

10월 초에 화성에서 열리는 ‘효’ 마라톤, 10킬로미터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달리기는 할 수 있는 일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남은 기간은 단 3주.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목표는 완주. 가능하다면 1시간 이내 진입.

마라톤은 기록스포츠다.

기록을 외면할 수 없다.

1시간 안에 들어오려면 킬로미터당 6분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대회 전에 5킬로미터를 6분 페이스로 달려봤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회 날이 왔다.


레이스 초반 병목이 있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앞사람 발만 보며 달렸다.

1킬로미터 표지판을 지났다. 호흡이 안정되고 리듬이 생겼다.

도로에는 발소리만 남았다.

“착착착”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앞에서 젊은 커플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함께 달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느덧 5킬로미터 통과.

평소 달리던 거리였다.

호흡은 안정적, 평균 페이스 6분.

이대로 가면 목표한 1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하다.

급수대 근처에서 주민들이 응원을 해줬다.

순조롭게 레이스가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시골 풍경이 지나갔다.

평화로워 보이는 가을 아침 풍경.

레이스가 후반으로 접어들며 다리가 묵직해졌다.

그리고 7킬로미터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언덕을 만났다.

코스 고저도를 확인하지 않았던 나의 실수였다.

힘을 더 아꼈어야 했다.

언덕 앞에서 사람들은 하나둘 속도를 줄이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걷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며 꾸역꾸역 올라갔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터질 듯 당겼다.

가까스로 언덕을 올라오자 시원한 내리막이 펼쳐졌다.

까먹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한 명 한 명 추월하며 질주했다.

저 멀리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은 힘을 쥐어짜 냈다.

경기장 입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계를 확인했다.

1시간 03초.

앗! 3초!


귀여운 공룡 모양 메달을 목에 걸고 잔디밭에 앉았다.

경기장 한편에서는 트로트가수의 축하 공연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잔디를 뛰어다녔다.

흥에 겨운 어르신은 춤을 추기도 했다.

땀에 젖은 러너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풍경을 가만히 지켜봤다.

‘마라톤은 축제구나…’


땀으로 따가운 얼굴을 감쌌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았다.

건강한 사람들의 에너지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나는 예감했다.

아무래도 계속 달리기를 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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