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리케 Oct 12. 2021

#5.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퇴사가 1년 남았다.

어쩌면 3~4년 혹은 그 이상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 되자,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졌다. 그 커다란 스트레스의 파도에 너무 계속 빠져서 모든 의욕을 상실한 것 같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확실한 건 하나도 없다.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1년 뒤 퇴사가 확정적이었을 때와 약 1%라도 아닐 가능성이 있을 때의 마음이 이렇게 다르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예 안된다고 했던 상황에서 일말의, 심히 적은 가능성이 생기니 마음이 달라진다. 헤어질 것이 확실했던 연인이 약간의 여지를 주었을 때처럼. 더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돼도 회사 다니기 싫은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도 저도 아닌 이 애매한 상황이 참으로 싫다.


삼성카드 광고 - 기가 막힌 카피와 영혼 담은 눈빛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위해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겠다. 경제공부를 하고 은퇴자금을 모아야 한다. 본업을 유지하며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남편은 부동산, 나는 주식을 공부하고 투자수익을 추가할 것이다.


  주변에서 갑자기 연금복권 바람이 불었다. 지인은 1등 당첨되면 바로 은퇴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 20년이 끝나면 마침 공적연금이 개시되니, 그것과 주택연금으로 살겠다고 한다. 내 주변엔 다 나 같은 사람뿐인가. 생각이 비슷하다. 그 생각은 지속적으로 나누며 더욱 견고해진다.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 정답은 없다. 힘들게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밥도 못 먹고 강의 듣고 있는 지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 강박증을 가지고 살고 있다.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내일도 새벽 일찍 아이를 깨워 들쳐 안고 1시간 반 동안 운전해서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해야 한다. 아.. 무엇을 위해 사는가.. 20년을 일했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나를 위한 삶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4. 파이어족 언니들이 나를 불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