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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밤 Aug 25. 2023

소설 잘 쓰고 싶은 사람, 필독!

23/03/28


한 편씩 글을 완성해내는 것만큼이나 큰 부담은, 그 글의 제목을 짓는 일이다. 에세이의 전체 맥락을 아우르면서도 읽는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산뜻한 제목. 업로드 며칠 전에 꼭 원고를 끝내겠다 다짐하는 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이유에 더해 글에 어울리는 적절한 제목을 숙고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지난 금요일기의 제목도 나흘을 고민했다. 글에서 다룬 작품과 분위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됐고, 그래서 제목의 역할이 더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끙끙대고 있는데, K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했다.


“‘소설 잘 쓰고 싶은 사람 필독!’ 어때?”


단박에 시선을 끄는 제목이 중요하다며, ‘이것만 알면 나도 소설가라고?’ 같은 제목을 자판기처럼 몇 개 더 뽑아내기까지 했다. 자존심 상하게 피식, 웃음이 터져버렸다.



절대 안 된다고 일축하긴 했지만, K의 말이 영 틀린 것도 아니다. 당장 구글에 ‘제목 잘 짓는 법’을 검색해 보면 그 결과만 백만 개가 넘는다.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지침도 허다하다.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콘텐츠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니, 제목이 그 자체로 마케팅이 될 수밖에.



보이시나요...102만 개..



검색을 계속하다가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건에 대하여’, ‘-입니다만’ 같은 제목은 일본 라이트 노벨 시장에서 시작되었는데, 신작들이 너무 많이 쏟아지다 보니 작품의 정보를 담으면서도 소위 ‘어그로’를 끄는 제목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가 극구 반대하더라도 출판사에서 강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뒷얘기도.



그러니까, 이건 다 잘 팔리기 위해서다.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려면, 그것을 소비하고 향유한 결과가 다시 창작자에게 돌아와야 한다. 이 선순환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팔리는 법을 강구하고, 생소하거나 의아한 방안을 쓴 약 삼키듯 수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3개월을 보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느새 반환점을 넘어 2/3 지점에 왔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일단 4월까지 열심히 글을 쌓으며, 프로젝트를 지속할지 혹은 확장할지 천천히 논의하기로 했다. 퇴사를 앞두고 있던 나는 곧바로 인디자인과 출판 과정을 익혀, 이 프로젝트를 물성 있는 책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그림도 그렸더랬다. 지난번에도 쓴 말이지만, 세상일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요.



우리의 계획은 계속 개정 중이다. 출판을 좀 더 여유 있게 생각하기로 했고, 5월 이후에는 다양한 기획과 확장 방식을 고려하기로 했다. 조회수를 높이고 독자를 모으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유명해져야 한다는 것도, 겁나지만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중 누구도 외향형 인간이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계속 쓰기 위해 한 발짝 더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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