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언제나 설렌다
예전에 어느 직업상담사 워크숍을 갔을 때, 우리 직업은 늘 배워야 하기에 힘들지만 보람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물론 이 직업만 유난스러워서 특별히 더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평생 현장직으로 근무한 아버지도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고 별것 아니라는 듯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모든 직업 분야는 계속 배워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묘하게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개발에 진심인 편이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무엇인가를 함께하자고 제안했을 때 거절당하는 법이 없다. 새로운 교육과 자격증, 워크숍, 딱히 일과 관련이 없더라도 일상적인 경험이나 체험을 반가워한다. 나보다 몇 배는 더 경력이 있는 선배도 마찬가지다. 대체 왜 이런 걸까 짧은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상담실에서 마주한 수많은 내담자로부터 그들의 세상을 새롭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나 역시 배움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매번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하는 나의 직업은 더없이 매력적인 셈이다. 심지어는 나 혼자 알고 넘어갈 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건전하게 전하기까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 더 달콤한 부분은 직업상담사는 세상 자체에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직무와 일치하지 않는 나의 자격증과 교육 수강 경험도 상담에서는 쏠쏠한 도움이 되었었다. 다른 직업이었다면 ‘직무와 무관한’ 경험이 되어 바래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어 보여서 했던 활동들은 내담자와 라포형성을 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그저 호기심이 많아서 읽었던 학과 설명이나 직업 인터뷰 그리고 잡지들도 내담자의 고민을 덜 수 있는 정보가 되었다. 업무 중 만난 전문가와의 대화는 조금 더 생동감 있는 선배의 조언으로 내담자에게 전해졌다. 공간에 관심이 많은 동료를 따라 함께했던 탐험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정의되지 않는 창직자를 만나고 그 빛나는 모습에 설렘과 감동을 얻었다. 그리고 이 감정은 응원과 격려가 되어, 또 다른 정의되지 않은 직업을 꿈꾸는 내담자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인턴 교육이 필요할 때 그들의 성장과 나의 재미를 위해 강의를 했던 것이 외부 강의의 기회로 바뀌기도 했다. 이렇게 버려지는 경험 하나 없이 모두 쓰이는 삶이라니.
그래서 내 직업인 직업상담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직업의 세계로 열심히 나를 불렀던 선배는 거보라면서 역시 잘 어울린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같은 직업이 아닌 회사의 동료들이 내게 직무만족도가 높아 보인다고 말할 때면 농담에 진심을 조금 섞어서 300%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상하면서도 기분 좋은 것은 내담자들 역시 이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만족도가 높아 보이고 또 잘 어울린다며 그런 직업을 찾을 수 있었던 방법이나 찾았을 때의 기분을 물어보는 이들이 있었다. 나를 통해 이 직업의 매력을 조금 더 알게 된 이들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럴 때면 기분 좋은 낯선 감정이 밀려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른 사람도 인정해 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도파민을 샘솟게 한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에도 직업적 특성을 핑계 삼아 더 많은 것들을 열심히 배워보겠다고 다짐한다. 상담실 바깥 그리고 내담자의 미래 일터가 될지도 모르는 곳을 직접 보고, 접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불쑥 나를 던져놓겠다. 솔직하게 툭 터놓고 말하자면, 부지런하게 딴짓을 놓치지 않고 싶다는 말이다. 이번 해에도 재미로 시작한 무엇인가가 반드시 내게 보탬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나는 분야는 글로 작성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기록을 남기다 보면 생각 정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나와 비슷한 상담사와 함께 고민을 나누기에도 좋을 것이다. 작년 한 해 막상 조각 글을 쓰다 보니 쉽지 않다는 것을 물씬 느꼈지만, 어김없이 도전해 보겠다. 또 상담에 도움이 될 MBTI, 홀랜드와 같은 진로 심리검사에도 관심이 많다. 물론 내가 늘 이용하고 있는 노션과 간헐적 이용을 이어오고 있는 ChatGPT도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싶다. 다소 뜬금없는 분야로는 파이썬, 언리얼, 블렌더와 같이 멀게 느껴지는 언어와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노동법과 셀프 브랜딩, 녹음 봉사에 대해서는 조금 얕은 관심을 두고 있다.
2024년, 어느덧 6년 차가 된 직업상담사는 어김없이 새로운 경험에 설레는 새해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