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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May 23. 2024

의미있는 발전

의도이건 우연이건 상관 없는 일

가장 첫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와 관계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는 내 생각은 확고하다. 잘 몰랐던 영역을 꾸준히 접했을 때, 그제야 주변이 조금씩 보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계속 발전을 거듭해 나가다 보면 융합을 할 수 있는 다른 분야도 점차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직업상담사로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고민을 줄곧 해 왔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경험한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직업상담사가 된 이후,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상담 케이스 스터디였다. 상담 첫해의 나는 상담 자체가 다소 버겁다고 느껴졌다. 물론 내담자가 앞에 있을 때 최선을 다 하긴 했으나, 마치 준비를 덜 마치고 시험을 치른 수험생처럼 상담이 끝난 뒤 후회가 스멀스멀 밀려 올라왔다. 아 그때 이런 말을 할 걸, 아 이것도 알려줄걸! 결국 첫 내담자와 재상담을 끌어내지 못했다. 처음이니 당연하고 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의 나는 상담의 기초 지식을 조금 갖춘 사람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나를 다독거려도 이 시기가 길어진다면 스스로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동료 직업상담사 선생님들에게 케이스 스터디를 제안했다.


그렇게 퇴근 후 집으로 향해야 할 5명의 직업상담사가 빈 상담실에 모였다. 스터디의 주제는 가장 어려웠던 상담 케이스 또는 가장 최근에 만난 케이스, 아니면 가장 빈번한 상담 케이스로 정했다. 케이스가 공유되면 각자가 알고 있는 기관이나 교육 훈련, 또는 자격증 정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이미 알고 있던 정보는 교차검증이 되었고, 잘 모르는 정보는 기록했다가 이후 조금 더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다. 또 내담자의 수요가 가장 높은 자기소개서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다만 내담자의 자소서로 스터디를 할 수는 없었기에, 상담사 채용 때 제출했던 각자의 자기소개서를 공개했다. 약간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우리는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했다.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기가 머쓱할 테니, 잘한 점 3개와 개선이 필요한 점 2개씩을 꼭 찾아내어 말하도록 규칙을 정했다. 각자의 자기소개서를 모두 검토하고 나서는, 인터넷에 있는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를 보고 분석을 이어갔다. 이 과정을 점차 반복할수록 모두의 의견이 구체적이고 또 완성도가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대해 지식이 많은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을 닥치는 대로 봤다. 유튜브에서는 자극적인 제목이나 썸네일로 취업준비생들의 눈길을 끌고 클릭을 유도할 만한 영상들이 많았다. 그 시기에 나도 취업준비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보기만 해도 모든 취업의 해결책을 얻을 것만 같은 그런 영상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영상을 볼수록 제목만큼 드라마틱한 정보가 많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모두에게 통하지 않는 정보도 많았다.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대기업 채용 준비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본래 자기표현을 잘하고 창의적인 유튜버의 사례를 내향적인 일반 취업준비생들이 따라가기에는 벅찰 일이었다. 무지했던 내가 배울 점은 많았고 나는 정보를 하나씩 기록해 나갔다.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포인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정보들 덕분에 자기소개서 첨삭 과정에서 내담자에게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할 때도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고, 예시 사례를 들기에도 훨씬 수월해졌다.


현직자 초청 강의를 운영할 때는 참가자와 같은 시선으로 들었으며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주로 수집해 온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전공과 직업 일치 여부, 직업 선택의 근거, 첫 취업에서 요구하는 자격, 현장에서 전공자의 비율, 채용 과정에서 특히 중요시한 것, 직무 수행 내용, 취업 전에는 알지 못했던 직무 특성, 특별한 에피소드, 직무 발전 방향, 현 직무의 만족/불만족 포인트, 직무 관련 추천 도서, 그리고 조언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내담자가 필요로 할 때 쏙쏙 골라 유용하게도 쓰였다. 무엇보다 취업 전에 알지 못했던 직무 특성이나 조언은 대부분의 내담자에게 잘 팔리는(?) 키워드였다. 전공과 관련 없는 직무를 선택한 내담자는 전공과 직업 일치 여부와 현장에서의 전공자 비율을 귀 기울여 들었다. 꼭 내담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 직무를 희망하는 내담자의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방향을 잡는 데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정보를 활용하다 보니 ‘상담사가 직무별 특성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지’ 여부는 내담자도 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몇 내담자가 상담 도중에 ‘전에 다른 선생님은 제 희망 직무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취업 과정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생각하기보다 직무마다 관심을 더 가지는 것이 역시 좋다.


이 밖에도 개인적으로 MBTI 과정이나 퍼스널컬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은 차곡차곡 나만의 데이터로 누적이 되었고 모든 과정이 의미 있게 남았다. 내담자들이 내 상담을 좋아해 주시는 것은 이러한 과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나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과 경험 속에서 우연하게 또는 의도하여 얻어지는 경험들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유용하게 삶에서 사용되어 큰 의미가 되는 순간들이 온다. 이것이 내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또 우리는 앞으로도 여전히 더 많은 경험을 겪을 것이다. 여전히 더 발전할 날들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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