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야기의 시작
2017년 2월이었다.
나는 간사이 공항에 내려 오사카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었다.
오사카로 향하던 중 내가 내린 역은 가이즈카역이었다.
한손엔 캐리어를 끌고, 등엔 가방을 매고, 역에서부터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테라다라는 회사가 있던 곳이었다.
붉은 벽돌이 길게 이어진 공장이었다.
그곳은 오래전 아마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테라다 방적공장이 있던 자리였다.
나는 담장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현재는 방적공장이 아닌 다른 공장으로 바뀌었지만, 그곳은 100여년 전, 재일 조선인(자이니치) 1세대 조선인 여공들이 일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철을 타고 하루키 역에서 내려서 1킬로도 더 걸어서 하루키 중학교에 도착했다.
그곳에도 여전히 붉은 벽돌로 된 담장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중학교가 되어 있는 곳. 하지만 그곳은 오래전 역시 방적공장이 있던 곳이었고,
일제 강점기 시대에 조선에서 넘어간 여성들이 여공으로 일했던 사연 많은 곳이었다.
하루키 중학교의 담장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던 붉은 벽돌 담장 위에는 철재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몇개 박혀 있었다.
나는 그 십자가를 보면서 의아했다.
왜 이 붉은 벽돌 담장 위에 오래된 녹슨 십자가가 박혀 있는 것일까?
저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이며 왜 남아 있는 것일까?
그것이 내 첫 질문이었다.
2017년.. 막 봄이 시작하려던 무렵, 나는 왜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을 찾아간 것일까?
사실 나는 그곳에 가기 위해 일본에 간 것은 아니었다.
교토에 남아 있는 액 400년전의 어떤 흔적과 약 140년 전에 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이수정이라는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중에 나는 우연히 테라다 방적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여공들에 대해 어떤 책에 써 있었던 단 한줄의 문장을 보고 그곳을 잠시 둘러보기 위해 찾아갔었다.
"테라다 방적공장에서 조선인 여공들이 일했다.'는 내용의 문장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한 줄의 문장을 따라 그곳에 처음 가 본 것이었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처음에 나는 붉은 벽돌 담장과 녹슨 십자가를 보게 된 것이다.
몇주 후,
나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일본의 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찍어온 영상들과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엔 그 붉은 벽돌 담장과 녹슨 십자가가 계속 떠올랐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갈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에 나는 한동안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 담장과 십자가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것이 이 여정의 처음이 될 줄을... 그때의 난 예상하지 못했다.
조선인 여공들, 그들은 왜 이곳 오사카까지 와서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일까?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