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아편류의 위험성
이제 혼자 거동마저 힘들어졌다. 병원으로 가자는 아들의 말에 병원비가 걱정이지만, 달리 대안은 없었다. 아들이 격일로 야근 근무하는 병원이라 병원비 할인도 되고, 병원비 걱정하지 말라며 통장까지 보여주었지만,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격일로 찾아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입이 넣어준다. 먹기가 쉽지 않지만, 애쓰는 아들이 안쓰러워 먹어보려 애쓴다. 몸은 점점 쇠약해져 이제 거동조차 힘들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수술 안 하면 3개월 6개월에서 1년이라던 집도의의 말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수술했지만, 식도에서 시작된 암은 간이며 대장까지 번졌다. 쇠약해진 탓인지 진통제 탓인지 눈에는 초점이 없다. 수액을 꽂았던 자리마다 출혈이 반점처럼 생겼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과 모르핀의 부작용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일은 점 빼러 가자 하시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시며 잠드셨다. 그리고 채 사흘이 지나지 않은 새벽까지 잠에서 깨지 않으셨다. 힘들었던 외로웠을 마지막 순간 그래도 모르핀은 당신의 육체적 고통을 줄여주었겠지만, 외롭고 힘겨웠을 당신의 삶에 위로와 감사의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내 남은 삶의 절반을 나눠서라도 같이 살 수 있게 해 달라던 기도는 그렇게 허공으로 사라졌다.
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2022년 기준 연간 10만 명을 넘었다. 필라델피아 좀비 거리에는 더는 주사할 혈관을 찾기 어려울 만큼 자주 주사를 하고 굳어진 근육으로 축 늘어진 사람들이 즐비하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지 물어오는 기자에게, 우리나라도 펜타닐 남용자가 늘고 있지만,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미국의 마약 남용은 대마, 코카인, 헤로인이 문제였으나, 20여 년 전부터 헤로인의 남용이 늘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가 마약에 취약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취약성에 불을 붙인 것은 옥시코돈이다. 제약사는 옥시코돈을 중독성이 없는 강력한 진통제로 소개했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의 취약성은 사람들이 진통제에 의존하게 했고, 다른 합성 아편류보다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뿐 옥시코돈은 중독성 있는 마약이다.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은 헤로인에 손대기 시작했고 헤로인 중독자는 점차 늘어갔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불법 제조된 합성 아편류의 등장이다. 기존의 합성 아편류에 구조를 변경해 제조된 합성 아편류는 기존에 말기 암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되던 펜타닐보다 수십 배 강력한 것들이 많았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마약 남용자를 늘려갔다. 유통량의 증가는 접근성을 증가시켰고, 경제적, 사회적 계층과 무관하게 급속히 퍼져나갔다. 한두 번만으로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필라델피아 거리다.
합성마약류는 강력한 진통 작용뿐만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모르핀 투약자들이 변비에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독되면 투약량과 투약 빈도가 늘어나고 결국은 골격근의 움직임을 둔화시켜 좀비처럼 된다. 모르핀이나 펜타닐보다 강력한 합성 아편류 마약은 이런 증상을 빨리 나타나게 한다. 이 상태에서 더 양을 늘리면 Chest Wood Syndrome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가슴이 나무처럼 딱딱해져서 호흡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모든 합성 아편류가 투약량이 늘어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호흡을 할 수 없어 사망하게 된다.
의료용 마약보다 불법 제조 마약은 여러 측면에서 위험하다. 순도가 낮고 불순물이 많아, 불순물에 의한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예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불순물에 의한 독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유행한 데소모르핀(속칭 크로코딜)이다. 데소모르핀은 코데인에서 쉽게 합성되며 의약품에 들어있는 코데인으로부터 데소모르핀을 합성했다. 코데인이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으로 관리되지만, 러시아에서는 일반 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현재는 마약으로 관리하고 있다). 합성 후 정제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주사하게 되어 피부가 괴사해 악어 등짝처럼 변한다. 이 상태에서도 마약을 끊지 못해 뼈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원인은 합성과정에 사용된 강산과 요오드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문제는 순도가 일정하지 않아 투약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 제조된 마약은 의약품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로서의 작용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독성이 있을 수 있고 적정 투약량을 모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순도가 일정하지 않아 생긴다. 순도가 낮은 것을 투약하다가 순도가 높은 것을 같은 양 투약하게 되면 투약량이 늘어나 보다 빨리 중독된다. 특히, 합성 아편류의 끝판왕으로 불리던 펜타닐보다 수십 배 강력한 합성 아편류는 빠른 중독과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합성 아편류 오남용은 주로 의료용 마약에 의해 이루어진다. 펜타닐은 주로 패치를 대리로 처방받거나, 병원을 돌며 처방받아 붙이거나 오려서 담배처럼 피우는 방식으로 남용된다. 다행히도 아직 불법 합성 아편류의 유입은 한 해에 한두 건 정도지만, 걸리지 않고 유통될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용자가 늘어나 일정 수요가 형성되면 유입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은 가능성이 적지만, 합성 아편류가 창궐하면, 우리나라의 마약에 대한 정서로 볼 때 거리로 나오지 않아 필라델피아의 좀비 거리와 같은 거리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많은 남용자가 집에서 중독사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펜타닐 오남용이 십 대와 이십 대에서 높다는 것이다. 이들을 빨리 찾아내 치료해 수요를 줄여야 한다. 더불어 의료용 마약이 오남용 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은 따라오기 마련이고, 값싼 합성 아편류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높인다. 다행히 대부분이 패치를 오남용해 주사보다 치료와 재활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패치나 흡연이 주사보다 중독이 느리고 덜 강력하지만, 빈도의 문제일 뿐 반복하면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중독된다.
합성 아편류와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미래에 느낄 행복감을 당겨 쓰는 것이다. 약효가 끝나면, 통증과 무기력이 찾아온다. 반복적인 투약은 통각과 감각의 균형을 무너뜨려, 일반적인 감각도 통각으로 느끼게 만든다. 옷깃만 스쳐도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 잠깐의 행복감에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의학적 용도에 맞게 수술 등으로 극심한 통증이 있을 때, 말기 암의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에 사용되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사용은 중독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사용은 빠르게 중독된다.
모든 물질이 그러하듯, 약이 되는 상황과 독이 되는 상황이 있다.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은 통각과 감각의 균형을 무너뜨려 무의미한 짧은 쾌락 뒤에 엄청난 긴 고통을 주는 정신병적 상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