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 독성학(35)

시대를 잘못 타고난 족장

by Ananke

유난히 늦은 눈이 많이 내린 올겨울, 2월의 마지막 주까지도 산에는 며칠 전에 내린 잔설이 남아 있다.

설 연휴에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성묘를 다녀오지 못해 성묘도 다녀오고 냉이도 캐오자는 말에 집사람은 흔쾌히 따라나선다.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집사람은 도시 여자인 집사람은 성묘는 가는데 이 눈밭에 냉이가 있겠냐고 한다.

냉이는 가을에 싹을 틔워 겨우내 자라니, 양지바른 밭둑에 다른 풀이 밀생하지 않는 곳에 가면 땅도 녹아 캘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신기하다며 잔뜩 기대 한다.

봄이면 냉이를 시작으로 취나물, 화살나무 잎, 다래 순에 두릅을 따오고, 독버섯 사진 찍으러 다니며, 굴뚝버섯, 싸리버섯, 박달송이, 때때로 송이버섯을 따오고 는 나를, 도시 남자인 두 아들은 그럴 시간에 돈을 벌어 시장에 가서 돈을 주고 사면 될 것들을 힘들여 채취하는 시대를 잘못 만난 족장이라 부른다. 일만 오천 년 전쯤 태어났으면 훌륭한 족장이 되었을 것이나,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한 족장.


냉이를 캐며 집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독초로 여기는 것을 왜 많이 먹느냐며 묻는다. 시대를 잘못 만난 무능한 족장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별 대접받지 못하는 독성학을 공부해 근근이 살아가는 내가 답을 알 수 있으랴마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는 있다.

초식 동물인 소가 가끔 독초를 먹고 죽는 일 있다. 어떤 종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유전자에 각인된 것과 후천적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유전자에 완벽하게 각인되어 바꿀 수 없다면, 환경이 바뀌어 풀의 종류가 바뀌었을 때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30여 두의 소를 키우는 어느 농가에서 건초 사료를 바꾸고 대부분의 소는 먹지 않았지만, 잘 먹던 세 마리 소는 건초에 많이 포함되어 있던 도꼬마리를 많이 먹어 이의 중독으로 죽었다. 이 도전적인 소의 성향은 개체의 죽음이라는 불운을 맞았지만, 자연계에서 식물 종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이었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의미 있는 죽음이었을 것이다. 척박한 한반도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기근을 겪었을 한반도에 살던 우리 조상들의 도전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이를 기록하고 기억해 보다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정보를 후대에 전할 수 있었다. 한반도에 살던 우리 선조들은 특이하게도 발암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사리와 같은 토종 식물뿐만 아니라, 민들레나 피마자, 양자리공과 같은 외래종도 과감하게 식용으로 한다. 피마자는 강력한 독성 단백질인 리신을 만드는 식물이고, 양자리공은 뿌리나 성체 줄기를 먹으면 구토, 복통, 설사를 일으키고 심각한 경우 신장 기능을 저하해 신장 투석을 해야 하기도 하는 독초이지만, 봄철에 어린 순이 채취된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식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포식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나 가시를 만들던가, 화살나무처럼 가지에 수분 흡수력을 가진 껍질을 두어 새순을 보호다던가 하는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섭취하는 포식 종들은 독에 내성을 가지던가, 이를 피할 다양한 수단을 발전시키며 진화해 왔다. 환경이 안정되며 그 진화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다. 십자화과의 다년생 풀인 냉이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대신 천적을 피하려고 성장 시기를 겨울로 택했다. 다른 풀들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전까지는 가능한 땅바닥에 잎을 붙이고 특유의 향을 만들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본격적으로 봄이 되면 잎을 세우고 섬유질이 많은 대를 올려 누구보다 빠르게 꽃을 피우고 씨앗을 뿌린다. 냉이의 이러한 특성은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가질 가능성이 작고 향은 오히려 즐기는 요인이 된 듯하다.

이러한 환경과 먹이 변화의 상호작용은 황소개구리 문제가 사라진대도 일조한 것 같다. 국내에 수입되어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이했던 황소개구리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먹이를 시도하는 개체가 생존에 유리했다. 심지어 뱀까지 잡아먹으며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졌다. 나름의 먹이 학습이 되어 있던 토종 생태계는 황소개구리의 생태계 파괴로 먹이가 줄어들자, 황소개구리알과 올챙이를 먹는 개체가 생존에 유리해지고 황소개구리알과 올챙이를 먹는 개체와 종이 늘어나자 나름의 균형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이런저런 수다가 끝나갈 무렵 먹을 만큼의 냉이를 캐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깐의 상념에 잠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에 나는, 우리 사회는 그에 대응할 만큼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오히려 불안으로 더 보수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사람 사는 이치와 자연의 이치는 크게 다르지 않으니, 좀 더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은 어떻게 적응하며 생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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