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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적소수 May 10. 2024

나는 환경하는 사람이다

-다시 시작하기까지-


언제부터인가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환경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있었다. 힘들게 딴 환경교육사 자격증이 지난해 12월에 나왔고 올해부터는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해 사업가로 변신하고 싶었다. 자격증이 나오기 전부터 정부지원사업을 알아보았고 컨설팅도 받았다. 문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에코 스타트업 주제로는 괜찮은데 비즈니스 모델이 안나온다는 것이었다. 


사업은 현실이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뽑고 매출을 내야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강의만 할줄 아는 나에게는 매출을 낼 수 있는 제품도 기술도 없는 상황.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에코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 저기 알아보고 고민할수록 무기력해져만 갔다. 나는 사업가로서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굳이 위안을 삼자면 때마침 아이들의 길고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 고민만 하느라 두 달여를 보내고 나니 머릿 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무엇을 채워야할지 알지 못했고 채우고 싶은 욕구조차 희미하기만 했다. 그토록 원하던 환경교육사가 되었고 사업에 도전하면서 뭔가 대단한 일을 벌일것처럼 떠들썩했던 나는 어느새 작아져있었다. 의지만 앞서 있었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그토록 많이 떠오르던 아이디어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나의 무능함과 한계를 받아들이고 나니 그제서야 아이들이 보였다. 늘 내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소통이 부족했기에 이번 방학만큼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소통의 물꼬를 어떻게 튼단 말인가? 특히 중3때부터 말이 없어진 큰 애와의 소통이 가장 걱정이었다. 아이는 거의 1년 넘게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가 운동만 하고 왔다. 시험기간에도 공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딱히 불만을 토로하지도 않았다. 나도 그냥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내 공부가 바빠 신경을 쓸 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나는 내 아이에 대한 믿음만이 있었을 뿐이다.


예상치 못한 소통의 기회가 왔다. 아이에게 갑자기 폭풍 식욕이 생긴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픔을 느낀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게 되었다. 새벽 4시에 냉장고 문이 들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나가 음식을 차려주면 아이는 만족해했다. 수시로 배고파하는 아이 덕분에 순식간에 나는 밥순이가 되었다. 아마 하루에 간식포함 여섯 끼 정도 해먹인것 같다. 아이의 배고픔은 한 달을 넘어섰고 설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아이의 식욕이 멈추기 전까지 나는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먹는 욕구를 채워주느라 한 동안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나 자신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단순해질 수 있나? 동시에 사춘기 아이를 케어하는 일이 이토록 쉬운 일이었나를 반문해보았다. 방학 동안 아이들의 밥을 해주는 일은 퍽이나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저 환경을 생각하며 음식물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요리하는 시간을 즐겼다. 집앞 오일장이 설때마다 신선한 야채를 사다가 그때 그때 해이는 재미에도 푹 빠지게 되었다. 이런 느린 호흡이 좋았다. 요리할 때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매일 일상에서 감동할 수 있는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환경은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환경은 이런거지


일부러 의식하지 않고 저절로 느껴지는 것!

누군가에게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도 깨닫게 되는 일.

그 누구라도 이런 삶의 방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미 환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리라. 


힘든 시간 속 작은 계기를 통해 아이와 소통의 물꼬를 텄다. 

다시 환경을 하는 사람으로서 즐거움을 되찾았다. 

그리고 환경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예측불가한 삶 덕분에

기대되고 설레는 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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