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사의 고백-
지속되는 무더위로 아이스 커피와 음료수를 마시는 횟수가 현저하게 늘었다.
문제는 플라스틱 사용량도 덩달아 늘어가는 것이었다.
환경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누누히 사람들에게 플라스틱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해온 내가
플라스틱을 자주 사용하는 모습에 양심이 찔리는 중이다. 그것도 아주 깊이...
그 영향으로 몇 달 째 꾸준히 써오던 친환경 실천에 관한 전자책을 써내려갈 수가 없었다.
말과 행동이 달라진 시점에서 반성과 개선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나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었던 것일까?
텀블러를 철저히 챙겨다니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이유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일하지 않을 때는 커피를 플라스틱에 담아올 일이 없었다. 환경을 떠나 텀블러의 시원한 맛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텀블러 애찬론자가 되었을 정도였다. 거기에 환경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니 나에게는 특별한 텀블러가 되어있었다. 즉 인턴 이전의 내 삶은 친환경적으로 살아가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내가 삶을 주도하고 시간간과 여유가 넘칠때였으니까. 모두가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쉬웠던 환경 실천이 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실로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것은 바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리화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신념, 즉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신념에 작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환경교육사 인턴으로 첫 출근하는 날 챙겨간 텀블러가 무려 세 개였다.
하나는 출퇴근하면서 목 마를 때, 다른 하나는 사무실에서 물마시는 용도로, 마지막 하나는 가끔 점심 먹고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사용하려고 크기와 기능을 고려해 나름 철처히 준비했던 것이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인데 플라스틱을 대체 언제 쓰냐고?
인턴 초기에는 텀블러를 세 개씩이나 쓸일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싸야하는 바쁜 아침이라 출근 길 모닝커피를 떠올릴 정도의 한가함은 없었다.
그래도 언제나 습관처럼 가방에 물을 조금 담은 텀블러를 넣어 가지고 다녔다.
출근해서는 물마시는 용도의 텀블러 하나면 충분했다. 음료수를 마시지 않기에 역시 물이 최고!
그런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아이스커피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혼자 도시락을 먹다가 어느 날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이스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먹고 싶지 않아도 누가 사준다고 하면 거절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황.
이럴줄 알았으면 텀블러를 가지고 나오는 건데...하는 생각을 했지만 한 번이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자주 생기게 되면서 두번 세번 스스로를 합리화하다 점점 무뎌져갔다.
다른 사람이 다 써도 나만은 플라스틱컵을 쓰지 않겠다는 각오와 용기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심지어 여러 번 커피 대접을 받게 되니까 감사함에 내가 한 번 사야지 했을 때도 텀블러를 챙겨가지 않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던 내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맞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었음에도 누가 사주겠다거나 사오겠다고 하면 '거절'이라는 카드를 꺼내쓰지 못했다.
내가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라고 칭찬과 응원을 받은 사람이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자각을 한 지금 고백하며 반성하고 있다.
늘 잘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번 일을 통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 혼자서라도 열심히 환경실천을 해오던 지난날의 노력이 떠오른다.
"너 혼자 백날 환경실천해봐라. 변화되는거 있는지. 절대 안변해!"
돈도 안되는 환경공부한다고 뭐라하던 친구의 말에 오기가 생겨 나 혼자라도 나아가자고 다짐했던 때가
생각난다. 환경실천에 열심이던 그 때가 진짜 나다웠다.
약간의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즐기던 나의 태도와 열정이 그리운 오늘.
오늘의 고백을 통해 내가 부여한 나다운 환경교육사의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