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변화-
하늘이 파랗고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10월의 마지막 날,
환경교육사 인턴십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5개월 동안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첫 변화를 가져다 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기관이 위치한 역으로 빠져나오면
굳게 닫혀있는 정형외과 건물의 투명창에 약간 숨이 차 있는 내 모습이 비쳐진다.
가까이 다가가 문 바로 앞에 서면 커다란 화분 속에 피어오른 노란 꽃이 나를 반겨주며
미소짓게 했다.
이곳에서 출근 인증샷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리추얼로 만들어버린지 어느 덧 5개월.
한껏 숨이 차오른 내 호흡을 편안하게 가다듬어준 장소이기도 하다.
그토록 숨이 차올랐던 이유는?
출근길에 계단을 이용하면서 가뿐 숨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단걷기라는 일상행동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자하는
환경교육사로서의 높은 의지! 때문보다도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내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
인턴을 시작하기 한참 전, '내면소통'을 쓰신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 방송에서
항상 계단을 이용하신다는 말을 듣고 언젠가 나에게도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지하철을 타고 다닐 일이 거의 없어 금새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하지만 머지 않아 그 날이 왔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기회는 이때다 싶어 무조건 계단으로 이동하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첫 출근날부터 계단걷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한 발 한 발 꾹꾹 누르며 며칠동안은 한 계단씩을
올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김주환 교수님의 어느 영상에서 두 계단씩 오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 바로 따라해보기로 했다.
음...말은 쉬웠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
한 계단도 겨우 가는 중인데 두 계단을 내가 오를 수 있으려나?
조금은 힘들까봐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마음먹은 김에 두 칸씩 올라가보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어라? 되네? 두 칸씩 오르는 게 이상하게도 한 칸씩 올라가는 것보다 더 쉽게 느껴졌다.
나도 할 수 있구나! 계단을 오르는 일이 그 때부터 즐거운 일이 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두 달을 하고 나니 만보를 걸었을 때보다 체력이 더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3개월차부터는 가장 계단이 긴 구간을 뛰어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어느 남성분이 두 칸씩 계단을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난 후부터.
두 칸씩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것도 가능할까? 웬지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그 구간은 특히 높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곳이었다.
갑자기 도전의식이 생기던 그날, 가볍게 뛰어올라가보기로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면서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계단앞에 서서히 다가섰다.
시작이다! 두 계단씩 가볍게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잠깐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수 없었다.
한 번에 몰아쉰 호흡을 멈추는 방법을 몰라 단 숨에 올라가야한다는 무의식이
작용했다.
해냈다!
단숨에 그 높은 계단을 뛰어올라온 후 가뿐 숨을 몰아쉬며, 이게 뭐지? 오늘은 운이 좋아서 해낸걸까?
어쨌든 해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그냥 운이 좋아서였는지 정말 나의 체력이 올라온 상태인지는 내일 다시 해보면서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달도 마침내 인턴십이 종료된 마지막날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성공했다.
돌아보면 기후변화로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과 생리현상이 발생하던 날에는
쉬어가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드는 날도 있었다.
스스로와의 약속이기에 한 번쯤, 아니 일주일 쯤 유혹에 넘어간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고집스럽게 포기하지 않았다.
한 여름 출근복 속에서 땀범벅이 되어 등줄기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던 느낌이 지금도 선하다.
가을이 되어서도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두꺼워진 옷차림 속 여전히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아프지 않고 단 한 번의 결근 없이 인턴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체력이 생기니 생기가 돌면서 좋은 에너지가 나온다.
나와의 약속을 지킨 첫 걸음이 변화의 시작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