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 년에 두 번 치러지는 환경교육사 필기시험은 한 번은 대전에서, 나머지 한 번은 서울에서 치러지는 모양이다. KTX를 탄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여행가는 기분이 들어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설레였다. 이른 아침 출발해 오랜만에 도착한 서울역이 꽤나 낯설었다.
서울역이 이렇게 컸던 곳인가?
시험보기 위해 무거운 책과 텀블러에 물도 담아 왔더니 가방이 무겁다. 그래서 그런지 덥고 많은 사람들 때문에 공기가 둔탁한 느낌이다. 기차를 타기 전 화장실에 들렀는데 줄도 길고 벌써부터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웅장함 속 서울역의 옥의 티 같은 모습에 쓴 웃음이 나왔다.
출발시간은 오전 8시34분. 기차 번호를 확인 후 서둘러 내려갔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약 한 시간 거리다. 가까워서 부담이 없다. 추울 걸 예상하고 겉옷을 챙겨갔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추위에 민감한 탓에 겉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40분 정도 가니 한계가 왔다. 빨리 내려서 따뜻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프린트해간 ‘환경과 철학’ 정리본을 공부하며 겨우 겨우 참아냈다.
드디어 대전역이다!
밖으로 나오니 살 것 같다. 휴~
대전역에는 ‘성심당’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다. 찾아보니 2층에는 카페도 같이 운영한다고 한다. 시험장소가 빵집 근처라서 잠시 고민을 했다. 일찍 도착한데다 배가 조금 고프기도 해서 허기를 채우며 공부를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겨우 오전 10시인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얼마나 맛이 있기에 이렇게도 사람들이 많은 건지...
얼른 포기하고 대전여중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때마침 가는 길에 투썸 플레이스가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스터디카페처럼 잘 되어있어서 공부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기분이 좋아지니 공부도 잘되었다. 주변을 보니까 나처럼 환경교육사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갔고 어느덧 시험 볼 시간이 다 되어 갔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기후피디 선배님들이 응원을 나와주셨다. 초콜릿과 칙촉을 챙겨주시며 파이팅을 외쳐주시니 감동이었다.
배정받은 12고사실을 찾아 내 이름이 적힌 곳에 앉았다. 창가쪽이었다. 에어컨이 멀리 떨어져 있어 다행이었다. 1시 10분부터 시험 준비를 모두 마친 후 정확히 30분에 시험이 시작 되었다.
모두 100문제, 5과목을 120분 안에 풀어야 한다. 선배들한테 시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대각선 방향으로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드디어 시작이다!
가장 어렵기로 악명높은 ‘환경과 철학’ 과목이 의외로 쉽게 나온 것 같았다. 아마도 너무 열심히 공부한 탓이리라. 천만다행이다. 과락은 면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두 번째 과목인 ‘환경교육론’은 그럭저럭 넘어갔고 세 번째 과목인 ‘환경생태학’에서 갑자기 멘붕이 왔다. 모두 헷갈리는 문제들뿐이었다. 아주 쉬운 문제인 것 같은데 건성으로 지나쳤던 것들이 한 가득. 우선 아는 것부터 빠르게 풀고 다음 과목으로 넘어갔다. ‘생활환경문제와 환경보건’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환경생태학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리고 마지막 과목인 ‘기후위기와 지구환경문제’는 어떻게든 잘 보고 싶었는데 보통인 것 같다. 나의 전공과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여기서 점수를 잘 받아야하는데 역시 그리 쉽지는 않구나. 다 풀고 나서 시계를 보니 30분이나 남았다. 이 여유로움이 불안했지만 얼른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진짜 고민되는 문제가 두 문제 있었는데 지금도 답을 찾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은 없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해도 더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열이 나고 발목을 다치는 여러 변수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순전히 내 체력 탓이었다. 약해진 체력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많은 걸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철저히 혼자와의 싸움을 하면서 그렇게 쏟아 부었다.
환경교육사 필기시험을 준비하며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아주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확장되어 가는 공부가 너무 즐거웠다. 시험합격률이 보통 70%인데 지난 기수에는 50%였다고 한다. 국가고시인 만큼 당연히 어려울 것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힘든 이 시간들을 즐겼다. 언제 이런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고 감사했다. 합격 여부를 떠나 공부에는 진심이었으니까.
시험이 끝나고 뒷풀이를 하면서 많은 예비 환경교육사 분들을 알게 된 것도 좋았다. 단톡방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고 찾아갔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난 분들이라 직접 만났을 때 느껴지는 친숙함이란!
환경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신기하고 행복했다.
기후피디에서도 뒷풀이를 하면서 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줌으로만 오래 봐왔기에 직접 만나니 기쁨이 매우 컸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인사를 나누었고 고민을 이야기하며 울고 웃었다. 환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로움’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 외로움을 알기에 모였고 더욱 끈끈해진 사람들. 그래서 서로 위로 받고 즐겁게 환경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한 발 더 성장하기 위해 도약중인 우리. 다들 합격해서 멋진 환경교육사들이 되어 밝은 미래를 이끌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