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비건 페어를 다녀와서-
얼마전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비건 페어'에 다녀왔다. 비건은 환경수업에서 꼭 등장하는 주제이다. 비건이란 채식주의를 이르는 말로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고 과일·채소·곡물 등 식물성 식품만을 먹는 식습관을 지향하는 생활 양식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비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용어도 어렵고 경계를 구분짓고실천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였을까? 비건을 안다해도 실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채식에 대한 관점
채식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건강이나 체질, 종교, 사상과 신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 안에서도 엄격하게 지킬 것인가 아니면 유연하게 적용할 것인가는 제각기 상이하다. 또한 동물성 식품의 범주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또는 그 외 동물성 재료의 소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관점 역시 다르다. 게다가 개인적 신념이나 환경활동으로서의 채식이냐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밭에서 나는 싱싱한 채소로 직접 무쳐먹는 나물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채소에 스민 흙냄새가 좋다. 먼지 하나 없는 잘 다듬어진 채소보다 흙이 묻어 있는 채소가 반가운 이유이다. 그렇다면 나는 비건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고기를 잘 먹으며 성장기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고기를 산다. 다만 우리집 식탁에는 고기의 비중이 적고 채소로 만든 음식의 비중이 클 뿐이다.
코리아 비건 페어에 간 이유
앞에서 비건을 채식이라는 음식에 한정해서 말했지만 비건은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비건 의류, 비건 소파, 비건 화장품, 비건 가방, 비건 주방용품 등 우리 생활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환경교육을 하면서 비건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경험치는 낮은 나. 아는 게 때로는 복잡하다고 느껴진 분야가 있다면 아마도 비건이 아닐까 싶다. 여러 행사장을 다녔지만 비건 페어는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 아마 환경도반이 같이 가자고 얘기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몰랐을 것이다.
비건 페어가 가고 싶었던 이유는 그저 비건을 즐기고 싶었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비건은 좋다만 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지를 굳이 계산하지 않기로 하고. 시식 코너에 놓여진 수많은 일회용 종이컵들을 못본척 하기로 하고... 먼 나라의 재료들이 발생시킨 탄소발자국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나의 시선은 대체로 이 제품은 어떻게 비건 인증을 받았는지와 비건을 시작하게 된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열정과 노력
사장님들의 비건 철학을 엿보는 일은 설레면서도 즐겁다. 와~감탄이 절로 나오며 속으로 박수를 쳤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환경관련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었던 나였기에 제품을 출시해낸 사장님들이 너무 존경스럽다. 창업 스토리를 들어서인지 확실히 시식 하나를 하더라도 맛과 풍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나의 마음가짐도 한 몫 했으리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제품의 질이 훌륭했다. 이제는 가격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좋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전시장을 다 돌아보고 나서야 점심 생각이 났다.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시식하면서 봐두었던 한 곳을 선택했다. 주문하자 곧바로 비건 음식이 주황색 다회용기에 담아졌다. 콩고기의 식감이 꽤 괜찮다. 이제 고기없어도 살 수 있겠구나 싶다.
행사장을 나가기 전 필요했던 비건 제품들을 구입했다. 가장 맘에 든 건 비건 철 수세미. 다이소에서 구입했던 저렴이 철수세미가 자주 뜯겨져 나와 걱정되던 참이었는데 반 영구 철수세미란다. 착~ 하고 손바닥에 붙는 느낌이 부드럽다. 케이스가 있어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을 것 같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철 수세미 하나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사오고 싶은 게 한 가득이었지만 집에 있는 물건들이 떠올랐다. 가진 게 많구나.
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하려 한다. 내가 하는 행위를 의식하면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본다.
반성도 한다.
그렇게 또 나를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