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40411' [.]역설

출발했던 곳으로 결국 돌아왔어

by DHeath

이런 날에는 산책을 가야 해
잡고 싶은 손은 전부 분주하다
걷는 건 언제나 반시계 방향
반항이라나, 아직 철도 덜 들었는데

유채꽃 너머 오로라
산책로에는 사람이 없다
반 바퀴쯤 돌면 흐르는 강이
물 비린내와 돌에 부딪혀 나는 소리
일정하지 않아도 안정감이 드는 건 왤까
당신이 보이지 않아도 이 길이 좋은 이유 중 하나
숲을 지나면 달이 있다
상현이라 불러야 할지 하현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윙크 한 번 해줄까
(사실 해줬으면 싶었다)
겁 없는 검은 고양이가 붉은 영산홍 앞을 서성이네

철없는 비인간은 하중도를 거꾸로 걷고 있는데
출발했던 곳으로 결국 돌아왔어
그곳엔 피었던 꽃이 지고 있네
날벌레인가 아,
끝은 늘 처참하지 참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단 거니까 멋진 밤이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40410' [.]유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