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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eath May 20. 2024

240520' [.]충동

이유도 없이 나를 떠나게 만들었다

이유도 없이 밖
몇 시간 전의 사고 발생 지점에는 스키드 마크와 고요만이
커피 자판기처럼 단순 명료하게 왼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여느 때보다 수위가 높아진 강이 조금 더 강다워 보여서
낮의 기온을 잊어버린 초저녁 바람이 시원해서
공터에 가득 이식된 꽃양귀비의 색깔이 강렬해서
같은 이유라면 충분히 밖이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을 제치고, 금세 이별하고, 한 번씩 착각하고
섬의 가장자리를 밟는다
그리고 수중보, 강물 흐르는 소리, 물 비린내, 강 위 철교로 지나가는 기차, 멀리 송편처럼 생긴 달, 붉고 푸른 하늘
그런 것들이 이유도 없이 나를 떠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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