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없이 밖 몇 시간 전의 사고 발생 지점에는 스키드 마크와 고요만이 커피 자판기처럼 단순 명료하게 왼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여느 때보다 수위가 높아진 강이 조금 더 강다워 보여서 낮의 기온을 잊어버린 초저녁 바람이 시원해서 공터에 가득 이식된 꽃양귀비의 색깔이 강렬해서 같은 이유라면 충분히 밖이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을 제치고, 금세 이별하고, 한 번씩 착각하고 섬의 가장자리를 밟는다 그리고 수중보, 강물 흐르는 소리, 물 비린내, 강 위 철교로 지나가는 기차, 멀리 송편처럼 생긴 달, 붉고 푸른 하늘 그런 것들이 이유도 없이 나를 떠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