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책은 엄마와 깜순이 함께했다. 곧잘 걷는 검은 개아지. 이때를 맞춰 피어나는 꽃들이 가득했다. 이식된 수국을 보고 엄마는 말했다. "오늘로 사흘 째니까 땅내를 맡았을 거야." 나는 물었다. "땅내를 맡는다는 게 적응한다는 뜻이야?" "응." 엄마는 대답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몇 번은 거듭 마음먹어야 하는 나. 희한하게도 내던져지면 금세 적응한다. 생존본능이라 해야 할지, 비효율적인 소모라고 해야 할지. 지금 하는 일도 영 새 거였지만, 어찌저찌 해내고 있는 내가 있는걸. 별로 즐겁지 않은 요즘이다. 그래서 다른 뭔갈 해보려고 버둥대고 있다. 그렇다. 땅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