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7' [.]장면
악의 없는 고양이 입속에서
악의 없는
쥐는 고양이 입안에
남 일에 의연해지는 게 참 어렵단 말이지
언제 남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바람 불고, 젖은 흙냄새, 우산을 손에 쥐고, 비는 오지 않았을 뿐
의도치 않게 진행되는 시퀀스
무어라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를 냈고
고양이는 재빨리 달아났다
악의 없는
소녀는 고양이 뒤에
인사법을 잊어버린 채 서 있다
영화같달까
이상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어
악의 없는 고양이 입속에서
제대로 발버둥 칠 수 있다면
기우제 끝에 비를 목도한다면
빈 곳을 숨기자
처음 듣는 엑스의 결혼 소식 같은
뭉뚝한 이빨이 몸에 박인다
바둥거리는
고양이 시체를 문 쥐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