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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eath Jul 08. 2024

240707' [.]커피

위스키+커피=기억

순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는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는 잔 받침이 있는 커피잔에 먹어야 제맛이란 걸 알지만, 이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테이크아웃을 요청했다. 처음 뵙지만 원두에 자부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사장님께서도 제맛을 못 보여주는 것에 못내 아쉬워하셨다.

"술 조금 드실 수 있죠?"

그렇다고 하자, 사장님은 용이 여의주를 꺼내듯 찬장에서 병 하나를 꺼내 종이컵에 조금 따랐고 컵을 이리저리 굴렸다.

"위스키예요.  종이컵엔 묘하게 종이컵 냄새가 나서요."

그리고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부어주셨다. 받아 든 컵에 코를 갖다 대자 위스키  향이 감돌았다. 커피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오묘한 조화랄까.

"순천 잘 보고 가세요."
"감사합니다."

순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천식 아이리시 커피 삽화를 다른 에스프레소 바, 아이리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떠올렸다. 그때의 향과 맛은 아마 다시 재현할 수 없겠지만 그 짧은 대화와 부담스럽지 않은 친절은 아직도 선명하다. 에스프레소 바의 직원분께서도 아주 적당한 설명과 스몰토크를 곁들여주셨다. 기분 좋게 세 잔을 비우고 일어난 의자를 밀어 넣고 인사를 했다, 만족스러운 기분을 힘껏 담아.

몇 마디 짧은 말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기도 한다는 걸 알기에 매사 말하는 일에 조심스럽다.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로 기억될 수 있을까, 어떤 위스키 같은 말을 건네야 할까, 그런 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같은 생각들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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