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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의자

그 자리엔 시간의 두께와 높이만이

by DHeath

태초의 나무가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시간
열매와 뱀의 시간
신화의 시간과 범람과 번성의 시간
파괴와 피의 시간 지나
사람의 시간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침내 지고에 닿은 목소리 없는 염원
나무가 된 그는 오랫동안 잎과 뿌리를 뻗었다
그늘 아래 머물다 간 동물들과 많은 둥지들
햇빛 아래 풍족했고, 바람에 춤을 췄다

영원히 반복되는 계절
고갈되는 행복
벌목꾼들의 서늘한 쇠붙이
비명조차 없는 수행자의 그루터기

그 자리엔 시간의 두께와 높이만이
쓸모에 따라 가공되었고
기도자는 끝내 의자가 되었다
아래에서 무던히 받들고, 그저 버티며 견딜 뿐
숭배자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쉬어갔으므로
나이테는 서서히 사라지고
.
.
.
그것은 오전의 빛이 닿아
그림자를 드러낸
오래된 의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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