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28' [/] 바다와 돌

벌써

by DHeath

갑작스레 떠날 힘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바다와 불을 볼 요량으로 무턱대고 계획을 짜고 떠났다. 먼저 울산의 바다를 보며 짬뽕을 먹을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바다와 면,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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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뷰 바다 / 과테말라 뷰 항구

음, 밝은 색 옷을 입고 가면 안 될 곳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노력을 다해도 피할 수 없는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국물들. 그래도 버섯과 해물이 가득한 국물과 기본에 충실한 면, 마음껏 퍼먹을 수 있는 밥,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한 것까지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곤 슬도의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찾아갔지만,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있었고, 차선으로 항구가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테말라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내린 것을 한잔 받아 들고 천천히 오후를 만끽했다(친구와 떠드느라 리필은 잊은 체 카페를 나섰지만).


기장 바다와 밤-윤슬

기장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카라반 캠핑도 하고, 방과 따로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좋은 곳이었다. 바로 코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기까지 해서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화장실과 샤워실은 따로 나뉘어 있었으므로). 불빛 없는 바닷가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수면에 산란하는 빛 사이로 인어가 뛰어오를 것 같았다.


방, 통유리창에는 밤새 달이 걸려있었다. 포근한 빛 아래에서 잠들었고,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하지만 비를 머금은 구름들이 바다 위에 가득했고 햇빛은 번져 나올 뿐이었다. 이것마저 완벽하다면 욕심이겠지.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옛 연인과 함께 왔던 간이역 간판이 보였다. 이제는 더 이상 간이역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크고 화려하게 신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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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여행을 마친 뒤에는 곧 돌이 된 조카를 보러 서울에 다녀왔다. 하루가 다르게 꽃을 틔워내는 봄처럼 녀석은 이제 곧잘 걸음을 걷고, 잘 먹고, 잘 논다. 판사봉과 마이크를 쥐어버린 아이가 구김 없이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