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모르고 철없이
광양까지 가서 불고기를 먹고
폭우 때문에 집으로 그냥 돌아온 날
남은 오후는 낮잠으로 채웠다
눈을 떠 늦은 밤까지 하는 중국집에
검은 국수 사러 가는 길
비 그친 허름한 골목 한구석에 새하얀 꽃이 피어있었다
철 없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으면서
먹구름 같은 건물들은 앵글 밖으로 오려냈다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어
꽃이 예쁘다 했다
철도 모르면서 유럽수국인 것 같아, 라고 했더니
불두화일 거야, 라고 너는 답했다
그건 좀 길쭉하게 피지 않아, 라고 되묻곤
깨닫는 진실
수국이면 어떻고 불두화면 어때
집으로 돌아와서 짜장면을 먹었다
생각한 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 꽃을 알려준 게 나였다는 걸
생각나서 다시 피식피식 거리며
괜히 물을 마셔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