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20' [.]후추

부지불식

by DHeath


후추가 언제부터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몰래 서랍에 두고 간 마니토의 편지 같은 거랄까, 어쩔 수 없는 호기심 같은. 향신료에 점점 눈을 뜨고 나서부터는 양송이 수프나 국밥은 후추탕이 되기 일쑤다. 이것도 병이라 해야 할까 싶다가도 후추 때문에 전쟁했던 과거의 인간들은 더 진짜였으니까. 나 정도야.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와서 내 안에 둥지를 트는 것들이 있다. 나는 무방비하게 그것들에게 내 안의 자리를 점령당하곤 하는데, 그 기분이 싫지만은 않다. 그중에는 후추가 있고, 당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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