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주꾸미
나무의 기억을 페인트로 다 지우고 돌아와 제철 주꾸미를 다듬는다
검은 먹물을 뱉고 죽은 것들의 눈은 여전히 말똥해서 애써 못 본 체하고 씻어낸다
밀가루가 없어 부침가루를 발라 헹구니, 한맛 더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에어프라이에서 수분, 먹기 직전에 토치로 잠깐
멀리 가지 않아도 제철을 만끽한다
작구만
작아도 야무진 주꾸미의 밥풀 같은 알과 녹진한 내장
나는 제때 맛있을까,
제철은 언제일까 같은 생각
실컷 먹고 나서 작년 이맘때 주꾸미볶음을 먹었던 기록을 발견한다
삶을 습관처럼 산다는 것은 조금 웃기면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선형으로 뻗어가는 화살표가 생의 형태라면 나는 허름한 빵집에서 파는 상투과자쯤의 모양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