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조울증, 정신과 약에 의존을 시작하다
사직을 하고, 평온한 일상을 이어나갔다. 따뜻한 봄날, 자전거도 타고 동네 상가의 꽃집에서 예쁜 사진도 찍었다. 어느날 불현 듯, 지인들의 말이 생각났다. 사직서를 낼 때 즈음 통화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다."와이야, 너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은 회사에, 아이는 학교에 가고 시간은 남아돌던 나는 불현듯 궁금했다. 내가 왜 그토록 불안했지? 왜 회사를 그만둔 사건이 일어난 건지 나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지난번 갔었던 대학병원의 불친절한 교수님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ADHD 약을 받기 위해 방문했었던 동네 가까운 정신과로 가서, 그동안 쭉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조울증이네요" 조울증이라니, 이해가 잘 안되었다. 나는 별명이 목석이다. 감정의 표현이 없는...'이런 내가 조울증이라고?' 당시 나는 마치 보이스 피싱 당하는 사람처럼 의심없이 나는 조울증이라고 받아들이고 의사가 처방해 주는 약을 받아 집에 와서 열심히 먹었다. 한참 뒤에 깨달았지만 약을 먹어서는 안되었다. "저는 조울증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하는 거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요?..." 등등 질문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 가서 조울증 진단이 맞는지 확인도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잠도 잘자고, 집안일도 잘하고, 기분도 좋고, 밥도 잘 먹었다. 그런데 뭐에 홀렸는지 의사가 처방해 준 약에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확인도 안하고 매일밤 입에 털어넣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에서 준 약처럼 식욕이 증가하거나 눈이 안보이거나, 축녹증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가슴 두근거림이 생겼다. "선생님, 이 약을 먹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요" "아, 그러면 가슴 두근거리지 않는 약을 드릴게요" 멍청이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약을 안먹었어야 했다. 가슴 두근거리지 않는 약을 추가로 받아와서 먹었다. 이후 가슴 두근거림은 오랜 기간 나를 괴롭히고 심지어 죽고 싶은 생각까지 유도하게 된다.
부작용은 또 있었다. 그 약을 먹기시작하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우울증이 시작된 것이다. 이 눈물이 약 때문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약먹고 나서 울기 시작했으니 의심해 볼법도 한데, 나는 하루종일 혼자 지내며 사회와 차단된 의기소침한 상태였고 의사 말을 무조건 신뢰했다. 의사의 말을 신뢰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신과는 나의 상태를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선생님, 제가 울지 않았는데, 이 약을 먹으면서 울기 시작하네요."라고 알려야 한다. 의사는 나를 단지 몇 분만 보고 판단하기에 오판할 수 있다. 의사는 내가 울자, 약의 용량을 올렸고, 그래도 울자 다른 기분조절제를 추가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무시무시한 금단 증상을 가진 벤조 계열의 수면제도 포함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보이스피싱 당한 사람처럼 10개월간 아무 의심없이 약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조울증 약들로 나의 뇌 속 도파민, 세로토닌, GABA, 글루타메이트 등 모든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들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혼란의 소용돌이는 알약 4개로 접어들면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