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로 죽음의 길에 다녀오다

by 와이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찾아오고, 조울증 치료도 9개월차가 되었다. 의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이제 약을 끊고 싶어요." "알겠어요. 그럼 보조제인 리튬을 끊어 보죠" 당시 나는 라투다 40mg, 인데놀 10mg, 아티반 0.5mg, 리튬 150mg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리튬은 기분조절제로 이 약을 먹으면서 체감한 것은 눈물이 나지 않는 다는 것, 감정이 차분해 진다는 점이었다.


'리튬 하나만 끊는 다고? 그냥 약을 다 끊으면 안되나?' 당시 정신과 약에 대해서 무지했던 나는 속으로 의문을 가지며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들었다. 리튬이 없이 나머지 약만 처방된 대로 먹다가, 3일째 되던날 과감하게 이틀간 모든 약을 안먹었다. '이 놈의 약, 지겨워, 병원가는 시간이랑 돈도 아까워. 끊어버리자.' 정신과 약에 대한 무지한 자의 객기였다. 이틀간 잠을 한 숨도 못자고 낮에도 못자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사실 첫째날 못잤을 때는 오늘 못잤으니 내일 졸리겠지하고 넘어갔는데 다음날도 잠이 안왔다. 밤새 눈이 말똥말똥 했고, 낮에도 잠이라고는 오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피로했고 잠을 못자니 조바심이 났다. 회사 일에 집중이 안되었다. '휴, 이럴 수가 있나? 잠을 안잤는데, 계속 잠이 안오다니...약을 끊을 수가 없구나...' 바로 약을 다시 복귀했다.


그러던 어느날 극심한 불안이 몰려왔다. 아이의 치아 실란트를 한 것이 큰 잘못이고, 우리집 정수기가 중금속에 오염되었다는 알 수 없는 불안이 생기더니, 며칠 후에는 이런 생각마저도 사라지고 안절부절 못하는 정좌불능 상태가 되었다. 미칠 것 같았다. 앉을 수도 설 수도 누울 수도 없었다. 부서장에게 연락을 했다. " 저 회사 그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몸 상태가 너무 안좋습니다." 회사에 다시 가보지도 못한채 그렇게 집안에서 나는 두번째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정좌불능의 시간들은 나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었다. '고통스러워, 이래서 사람들이 죽는 거구나. 떨어져 죽자.'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깥 쪽 아래 바닥을 쳐다보았다. '떨어지면 이 고통이 사라지는 거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남편이 평화롭게 거실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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